'출혈 경쟁'에 3년 만에 이익 감소…신차 출시 2026년으로 미뤄
판매 목표 낮추고 안방서 '숨 고르기'…해외시장 확장으로 활로 모색
판매 목표 낮추고 안방서 '숨 고르기'…해외시장 확장으로 활로 모색

중국 전기차 1위 비야디(BYD)가 자초한 '가격 전쟁'의 후폭풍으로 4개월 만에 시가총액 450억 달러(약 62조 원)를 잃으며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출혈 경쟁이 이익 급락과 신차 경쟁력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한때 굳건했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고 외신 크립토폴리탄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까지 맞물린 복합적인 위기로 진단한다.
홍콩 증시에서 BYD의 주가는 최근 4개월 동안 30% 넘게 폭락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록했던 고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 주식에 대한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 비율은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 시장의 비관적인 전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제 살 깎기' 가격 경쟁의 역설
업계는 이번 주가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BYD가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고수해 온 '대대적인 할인 전략'을 지목한다. BYD는 경쟁사들을 압도하려고 수년간 가격 인하를 주도했지만, 이는 제 살을 깎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점유율 확보를 위한 저가 판매 전략'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이익률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틈을 타 경쟁사인 지리자동차, 리프모터, 심지어 니오(NIO)와 같은 신흥 업체들은 '디자인·기술 혁신'을 무기로 BYD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CLSA 홍콩의 샤오 펑 중국 산업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어떤 자동차 제조사도 제품 주기를 영원히 강하게 유지할 수는 없으며, BYD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BYD의 모델들은 2018년부터 이어진 전성기 동안 큰 변화가 없었고, 소비자들은 이제 더 새롭고 흥미로운 차를 내놓는 경쟁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만이 살길
위기에 처한 BYD는 판매 목표를 낮춰 잡았다. 애초 550만 대로 잡았던 2025년 판매 목표치를 460만 대로 대폭 낮췄다. 하지만 이마저도 남은 4개월간 170만 대를 팔아야 달성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모델들의 안방 출시가 2026년 초로 연기되면서 경쟁사의 신형 라인업과 견줘 매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2018~2024년의 독주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업계의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방 시장의 위기를 타개하려고 BYD는 유럽, 동남아, 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며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BYD가 해외 생산 확대와 수출 모델 다변화를 통해 2025년 한 해 동안 90만 대에서 최대 100만 대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기존 목표치인 80만 대를 웃도는 것으로, 현재 BYD 사업 부문 가운데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로 꼽힌다.
내부적으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분석가들은 BYD가 새로운 디자인과 개선된 배터리 기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주행거리 연장 등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자체 개발한 '갓즈 아이(God’s Eye)' 자율주행 시스템을 저가 모델까지 확대 적용해 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하려 시도할 전망이다.
현재 BYD의 주가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7배 수준에서 거래돼, 과거 3년 평균인 20배를 밑돌고 있다. 이론상 저가 매수 구간이지만, 실적 감소와 브랜드 가치 약화 탓에 매수세 유입은 저조하다. 반면 옵션 시장에서는 미결제 약정이 60만 건에 육박하며 6월보다 3배나 급증해, 앞으로 주가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중국 전기차 산업의 구조조정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가격 경쟁 과열이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잠식하면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BYD가 과거의 '저비용 고효율' 전략에서 벗어나 테슬라처럼 기술 혁신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만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게리 탄 펀드 매니저는 "BYD를 단순히 고효율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기술 선도 기업으로 재정립하는 전략적 발전은, 단기적인 수익 압박에도 투자자들의 인식을 재편하고 가치 재평가를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역시 단기적인 실적이나 가격 전략에는 회의적이며, 2026년 신차 주기의 성공, 차세대 배터리 및 자율주행 기술 혁신, 그리고 눈에 보이는 해외 시장 성과가 확인돼야 본격적인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