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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日 키옥시아, AI발 낸드 특수…생산력 2배로 삼성·SK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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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日 키옥시아, AI발 낸드 특수…생산력 2배로 삼성·SK 맹추격

이와테 새 공장 가동, 5년 안에 생산능력 '두 배'…선두권 정조준
"생성형 AI가 수요 견인"…서버 교체 주기 맞물려 낸드 시장 '활짝'
일본 이와테현에 있는 키옥시아 기타카미 공장 전경. 키옥시아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해 신규 공장을 가동하고,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계획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이와테현에 있는 키옥시아 기타카미 공장 전경. 키옥시아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해 신규 공장을 가동하고,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계획이다. 사진=로이터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공급사인 일본의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이 앞으로 수년간 해마다 20%에 이르는 고속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수요 급증이 이러한 전망의 배경으로, 키옥시아는 대규모 설비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앞서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강하게 추격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키옥시아의 와타나베 도모하루 부사장은 최근 저팬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장이 앞으로도 빠른 확장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차질 없이 맞추기 위해 달마다 새 공장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키옥시아가 힘을 쏟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스마트폰·노트북 같은 전통적인 정보기술 기기는 물론,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서버 시스템과 데이터센터의 고속 접근 영역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저장장치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메모리를 많이 쓰는 기반 시설 수요가 늘고,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 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와타나베 부사장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해 고성능 칩이 필요한 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5~6년 전에 구축한 데이터센터 서버의 교체 시기가 다가온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들은 기존 하드디스크(HDD) 대신 고성능 낸드 기반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기업은 서버를 늘리는 데 필요한 하드디스크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라며 여러 요인이 맞물린 수요 증가 상황을 설명했다.

생산능력 2배 확대…'공격 투자'로 격차 좁힌다


이러한 시장 변화의 흐름 속에서 키옥시아는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인공지능 기반 시설 확산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면서 키옥시아 주가는 지난해 12월 도쿄 증시 상장 이후 세 배 넘게 뛰며 시장의 큰 기대를 증명했다.

키옥시아는 긍정적인 시장 전망에만 머무르지 않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이와테현에 있는 기타카미 플래시 메모리 공장의 두 번째 생산시설(팹)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이 새 시설을 통해 2026년 상반기부터 최첨단 메모리 칩을 양산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기타카미 공장과 함께 미에현 욧카이치에 있는 주력 생산기지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 역량을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세계 낸드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들을 상대로 기술과 생산량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키옥시아는 올해 3월 마감된 2024회계연도를 기점으로, 앞으로 5년 안에 이들 핵심 공장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 특수'에 낸드 시장도 침체 벗고 '들썩'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활발해지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오랜 침체에 빠졌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수요 둔화와 과잉 재고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낸드 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10~12월)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이 이전 3분기보다 5%에서 최대 1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공급사들이 재고를 줄이고 인공지능발 수요 강세에 힘입어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키옥시아의 이번 과감한 확장 전략은 단순한 기업 성장을 넘어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낸드 시장 3대 강자인 키옥시아가 선두와 격차를 좁힐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일본의 전략상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낸드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면 키옥시아는 한국 경쟁사들과 함께 인공지능 기반 시설 확산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기업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