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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연 매출 1000억 달러 시대 개막…영업이익률 47%로 증명한 AI 독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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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연 매출 1000억 달러 시대 개막…영업이익률 47%로 증명한 AI 독점의 힘

3분기 '깜짝 실적' 예고, 연간 매출 30% 성장…월가 목표가 상향의 이유
AI 칩 매출 비중 60% 돌파…'적자' 경쟁사와 격차 벌리며 독주 가속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가 AI 반도체 시장을 등에 업고 사상 첫 연 매출 10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TSMC는 5·3나노 등 첨단 공정을 완전 가동하며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가 AI 반도체 시장을 등에 업고 사상 첫 연 매출 10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TSMC는 5·3나노 등 첨단 공정을 완전 가동하며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 TSMC가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용 최첨단 칩 수요 덕분에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라는 누구도 밟지 못한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압도하는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의 부진을 뒤로하고 독주 체제를 더욱 굳히고 있다. 특히 2025년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 것으로 전망돼, 한 해 30%라는 놀라운 성장률 달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AI 칩 독점과 초미세 공정, 성장의 두 바퀴


TSMC의 성장 동력은 AI 칩 시장에서의 독점 지위와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의 확고한 기술 우위에서 나온다. 현재 시장의 모든 주요 AI 칩 주문은 TSMC로 향하며, 5나노와 3나노 공정은 100% 가동률을 기록하며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여기에 차세대 2나노 공정의 양산까지 본격화해 TSMC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엔비디아, AMD, 애플 같은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들이 TSMC의 최첨단 공정을 통해 AI 칩을 생산해,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실제로 TSMC의 전체 매출에서 AI 관련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AI가 TSMC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기술 해자(垓子)는 경쟁사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 파운드리 산업은 사실상 TSMC의 독무대로 재편됐으며, 한때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인텔마저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TSMC의 독주는 경쟁사들의 부진과 맞물리며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 위험 역시 TSMC에는 기회로 작용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칩 관세 부과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TSMC는 이미 미국에 1650억 달러(약 231조 원)라는 천문학 같은 금액을 투자해 먼저 대응에 나섰다. 6개 웨이퍼 공장과 2개 첨단 포장 공장, 연구개발 센터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투자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미국 시장 안에서 설 자리를 더욱 넓히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나아가 2024년 회계연도 생산 능력을 기준으로 5년 안에 이를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미래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전망치 웃도는 3분기 실적…연간 30% 성장 눈앞


TSMC의 단기 실적 전망 또한 매우 밝다. 2025년 하반기 들어 안정세에 접어든 환율과 더불어, 스마트폰과 AI/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의 핵심 고객사들이 부품을 서둘러 확보하려는 '풀인(pull-in)' 수요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TSMC는 이러한 좋은 시장 환경과 높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원가 상승분을 메우기 위한 가격 인상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매출은 회사가 제시한 전망치를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TSMC는 애초 3분기 매출 전망치로 318억 달러(약 44조 원)에서 330억 달러(약 46조 원)를 제시했다. 만약 3분기 실적이 전망치 맨 위인 330억 달러(약 46조 원)를 달성하고, 회사의 한 해 매출 성장 목표인 30%를 이룬다면, 2025년 총매출은 1171억 400만 달러(약 164조 원)에 이른다. TSMC 역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 달러(약 140조 원)의 벽을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은 285억 400만 달러(약 40조 원)로, 3분기보다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TSMC의 4분기 수주 여력이 여전히 탄탄해, 실제 한 해 성장률은 목표치인 30%를 웃돌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수익성 역시 독보적이다. TSMC는 3분기 매출 총이익률을 55.5~57.5%, 영업이익률을 45.5~47.5%라는 높은 수준으로 예상했다. 4분기에도 안정된 환율 덕분에 매출 총이익률 55% 선을 무난히 지켜낼 것으로 전망한다.

TSMC 독주 속 고전하는 경쟁사들


TSMC가 독주하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만 내 경쟁사인 UMC는 2025년 상반기 신 대만 달러 강세로 수익성에 직접 타격을 입었다. 관세 위험을 피하려는 고객사들이 주문을 상반기에 집중하면서 하반기 출하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UMC는 3분기 수요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며, 올해 전체로는 2024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과 이익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뱅가드 국제 반도체(VIS) 역시 환율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2025년 2분기 세후 순이익은 20억 4300만 신 대만 달러(약 942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늘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15.4%나 줄었다. 다만, 하반기 환율 안정과 중국을 떠난 주문에 따른 반사 이익이 기대돼 점진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나, 그 성장세는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본토 파운드리 업체들은 더욱 복잡하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2025년 하반기 순이익이 23억 위안(약 453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급증하는 인상 깊은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때문으로, 이를 빼면 실제 성장세는 여전히 제한된다는 평가다. 반면 상하이 화홍 그레이스 세미컨덕터는 2025년 상반기 이익이 72%나 급감했으며, 하반기에도 구형 공정인 성숙 공정에서의 극심한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두 회사의 처지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다만 최근의 환율 안정과 미국, 유럽의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 확대는 세계 공급망 다변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어, TSMC의 장기 독주 체제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할 만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