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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세계 첫 2나노폰으로 '아이폰 독주' 아성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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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세계 첫 2나노폰으로 '아이폰 독주' 아성 깨나

퀄컴 차세대 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2나노 공정 위탁 생산 관측
갤럭시 Z 플립8·S26 시리즈 탑재 유력…TSMC와 초미세공정 패권 경쟁 격화
삼성전자가 퀄컴의 차세대 2나노 AP 생산을 맡아, 애플이 수년간 지켜온 최첨단 공정 최초 도입 기록을 깰 전망이다. GAA(Gate-All-Aroun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칩은 차기 갤럭시 Z 플립 8에 탑재가 유력시된다.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퀄컴의 차세대 2나노 AP 생산을 맡아, 애플이 수년간 지켜온 최첨단 공정 최초 도입 기록을 깰 전망이다. GAA(Gate-All-Aroun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칩은 차기 갤럭시 Z 플립 8에 탑재가 유력시된다.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세계 스마트폰의 '두뇌'를 만드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퀄컴의 2나노 칩 생산을 맡아 애플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IT 전문 매체 폰 아레나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화려한 부활이자 TSMC가 장악해 온 시장 구도를 뒤흔드는 중대 사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 파운드리는 4nm 공정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생산하며 35%라는 저조한 수율로 체면을 구겼다. 수율이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온 칩 가운데 양품의 비율을 뜻하며,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낮은 수율은 곧 생산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고객사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에 퀄컴은 설계를 일부 바꾼 '스냅드래곤 8+ 1세대'의 생산 전량을 70%대 안정적 수율을 자랑하던 경쟁사 TSMC에 맡겼고, 이후 플래그십 AP 물량은 줄곧 TSMC의 차지였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와신상담해 온 삼성 파운드리가 반격의 칼을 빼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TSMC가 퀄컴의 차세대 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의 3나노 버전을 생산하는 가운데, 삼성 파운드리가 자사의 최신 SF2(2나노) 공정을 써서 해당 칩의 특별판인 '갤럭시용(For Galaxy)' 모델을 생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은 이미 이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샘플을 퀄컴에 전달했고, 현재 퀄컴은 이 샘플을 대상으로 성능, 전력 효율, 열 관리, 그리고 양산의 핵심인 수율과 신뢰성까지 다각도로 평가하며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당초 이 칩은 내년 하반기 나올 '갤럭시 S26' 시리즈의 심장으로 점쳐졌으나, 최근에는 차기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플립 8'에 먼저 탑재될 것이라는 새로운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애플 '최초 기록' 깬다…GAA 기술로 승부수

삼성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퀄컴의 물량을 일부 되찾아온다는 뜻을 넘어, 애플이 주도해 온 최첨단 공정 도입 경쟁의 판도를 뒤흔드는 전략적 포석이다. 애플은 2018년 '아이폰 XS'에 업계 최초로 7나노 칩(A12 바이오닉)을 탑재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아이폰 12' 시리즈에 5나노 칩(A14 바이오닉), 2023년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에 3나노 시스템 온 칩(A17 프로)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기술 선도적 지위를 과시해왔다. 만약 삼성이 내년에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AP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한다면, 이 독주 체제에 마침내 제동을 거는 것이다. 바로 직전 세대만 하더라도, 갤럭시 Z 플립 7에는 삼성 자체 엑시노스 2500 칩셋을 탑재했으나 생산 수율 문제로 같은 세대 플래그십인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TSMC가 만든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전량 사용했다.

삼성의 자신감은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에서 나온다. 올해 나온 '갤럭시 Z 플립 7'의 '엑시노스 2500'에 쓴 이 기술은, 기존 핀펫(FinFET) 구조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3면을 제어하는 것과 달리 채널의 4면 전체를 게이트로 감싸는 혁신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류 누설을 원천 차단하고 구동 전류를 높여, 더 강력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뛰어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삼성은 이 GAA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율 높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미 퀄컴 측에 2나노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의 샘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째, 삼성의 자체 AP인 '엑시노스 2600'을 2나노 공정으로 개발해 '갤럭시 S26' 일반 모델에 탑재하는 경우다. 이때 '갤럭시 S26 울트라' 모델에는 TSMC가 3나노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탑재할 수 있다. 둘째, '엑시노스 2600'을 쓰지 않더라도, '갤럭시 Z 플립 8'에 들어갈 2나노 기반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통해 '세계 최초 2나노 폰'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삼성은 자체 엑시노스 2600 칩 또한 양산을 늘려 자사 플래그십 라인업에 적극적으로 투입, 자립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수율'…공급망 재편 신호탄


물론 모든 것은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수율에 달려 있다. 흐름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올해 초 일부 외신은 삼성이 2나노 생산에서 30% 수준의 수율을 달성했다고 보도해 기대를 모았으나, 안정적인 양산에 들어가려면 수율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퀄컴은 앞으로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샘플 칩의 성능과 신뢰성 시험을 진행한 뒤 최종 채택 여부를 정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편 퀄컴 처지에서도 이번 협력은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이원화 공급(dual sourcing)'의 중요한 전략이다. 잃어버렸던 고객사의 신뢰를 되찾고, 애플의 기술적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삼성의 초미세공정 경쟁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