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페리아 반도체 공급 중단에 美·유럽 완성차 업계 "수주 내 생산 멈춘다"
자동차용 칩 재고 수주분 불과…GM·포드·폭스바겐 등 대체 공급처 확보 어려워
자동차용 칩 재고 수주분 불과…GM·포드·폭스바겐 등 대체 공급처 확보 어려워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재고로 수주밖에 버틸 수 없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칩 공급 끊기면 조립라인 즉시 멈춘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는 지난 10일 넥스페리아가 “자동차용 전력반도체·다이오드·트랜지스터 공급 보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재고로는 수주 내 부품 조달이 불가능하다”며 “부품 공급망이 멈추면 완성차 조립 공장도 즉시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혁신동맹(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은 같은 날 “칩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미국 내 주요 조립 공장이 멈추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가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M·포드·토요타·폭스바겐·현대차 등 회원사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섰지만 신규 부품 인증과 생산 준비에 몇 달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 수출 제한과 네덜란드 정부 개입 충돌
이는 지난 4일 중국 상무부가 넥스페리아의 중국 공장에서 만든 완제품과 반조립 부품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촉발됐다. 이 조치로 넥스페리아는 핵심 자동차용 반도체를 중국에서 더는 내보낼 수 없게 됐다.
이에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냉전 시절 제정된 ‘물자 가용법(Goods Availability Act)’을 처음 적용해 넥스페리아의 경영진에 대한 통제권을 정부로 옮겼다. 정부는 “회사의 경영이 부실하고, 중국에 핵심 기술이 넘어갈 위험이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넥스페리아 중국 법인은 지난 18일 “중국 법규를 따르며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고, 정부 개입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16일 “중국 정부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적기 공급’ 체계 위협…완성차 공장 가동의 촉박한 시간
자동차 업계는 부품을 최소 재고로 관리하는 ‘적기 공급(Just-in-Time)’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필요한 부품이 생산 직전 공장에 도착해야 조립 라인이 멈추지 않는다. 무역 전문지 오토모티브 매뉴팩처링 솔루션은 “반도체 공급이 전체 필요 물량의 0.1%만 지연돼도 차량 전자 설계와 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아 완성차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넥스페리아 칩 재고로 일주일 남짓 버틸 수 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현재 재고로 한두 주간 부품 공급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차체 조립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BMW 관계자도 “대체 부품 인증 절차와 양산 설비 준비에 3~6개월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완성차 공장은 반도체 한 종류가 늦어져도 전체 생산 일정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 간 협의가 지체되면 수주 내 조립 공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공유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