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생산 61%·가공 92% 장악한 中 의존 탈피…국산화·동맹 협력 강화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희토류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이 우리를 처음부터 속여 왔다”고 비판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말레이시아 회담에서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장악이 안보 위협으로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 자문위원은 2017년 발표한 미 국방산업기반 조사보고서에서 중국을 “국가안보에 치명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1%를 차지하며 가공 공정의 92%를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등 영구자석,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군사급 센서와 유도장치, 세라믹·유리 첨가제의 원료로 섣불리 대체하기 어려운 전략 물자다. 실제로 2020~2023년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 화합물과 금속의 약 78%가 중국산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나바로 전 위원은 “말굽 하나 때문에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오늘날 자석과 의약품, 볼베어링 부족 여부가 나의 최대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희토류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이 우리를 처음부터 속여 왔다”고 비판한 배경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조만간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대표단과 만나 내년 한·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방산·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새로운 공급처 발굴과 자국 가공 시설 확대를 서두르고 있으나, 미국 내 첫 민간 희토류 광산인 와이오밍 램코 브룩 광산이 가동력을 갖추려면 2028~2029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국 공급망이 전략적 ‘무기’로 활용되자 주요국은 핵심 광물 다변화와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美·EU 희토류 협력과 중국의 반격
미국과 EU는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구체적 실행계획을 내놓았다. 미국은 지난 7월 ‘중요광물 복원 및 공급망 강화법(Critical Minerals Resilience Act)’을 제정해 국내 채굴·가공 기업에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EU는 지난 9월 ‘원자재 전략(Raw Materials Strategy)’을 발표해 2030년까지 광물 가공의 40%를 재활용하고, 비(非)우호국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공동 연구플랫폼을 구축해 신소재 대체 기술과 자원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은 “자원 안보는 곧 경제안보”라며 “미국·EU·일본·호주가 연대해 중국의 시장 지배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공정 역량 없이는 해외 의존도 축소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수출쿼터를 30% 축소하며 전략 광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공급망 분리(decoupling)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산업계 숙제와 전망
한국은 지난해 12월 호주와 희토류·리튬·흑연 등 5개 전략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어 호주산 희토류 비중을 수입의 40%로 끌어올렸다. 오창 소재 공장은 연간 1300톤 규모 합금 생산능력을 확보해 전기차·풍력발전·방산용 자석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세계 최초로 네온가스 재활용 기술을 도입해 회수율 72.7%를 달성했으며, 2025년 77%로 높일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고위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출 제한 품목 12종의 허가 절차를 민관 합동으로 신속 처리 중이다.
또한, 한국은 MSP(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의장국으로 미국·EU·캐나다·호주·독일·프랑스 등과 중요광물 투자·정보·기술을 공유하는 전략자원 플랫폼을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중장기 안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제 투자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