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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쿠팡 봐주기’ 법무부·검찰 외압 의혹 낱낱이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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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쿠팡 봐주기’ 법무부·검찰 외압 의혹 낱낱이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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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유통경제부 부장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지급과 관련된 취업규칙을 2년 만에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팡CFS는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계속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일용직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되,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은 제외한다’고 규정되어 있었으나, 이를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일 경우 퇴직금 산정 기간을 1일부터 다시 계산한다’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이른바 ‘퇴직금 리셋’ 규정이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쿠팡CFS에서 11개월 동안 매주 15시간 이상 근무했더라도 마지막 12개월째에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경우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취업규칙 변경의 이유로 ‘퇴직금 지급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노동계에서는 ‘퇴직금 지급 대상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취업규칙 변경 이후 고용노동부에는 쿠팡CFS 소속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진정이 잇달아 접수됐다. 퇴직금 체불 관련 진정이 100건을 넘으면서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이 조사에 착수했고, 올해 초에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검찰은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은 계기는 최근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쿠팡CFS의 ‘퇴직금 리셋’ 규정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국감장에서 눈물을 보이며 “검찰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누락해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증언했다.

국감에 출석한 정종철 쿠팡CFS 대표는 “일용직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퇴직금 리셋 규정을 원래대로 복구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당초 퇴직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려던 것이 오해와 혼선을 불러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8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는 12만여 명을 고용 중인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 규모다. 단기·계약직 비중이 크지만 쿠팡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물류·전자상거래 산업 혁신 기업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일용직 퇴직금 지급 규정 문제가 드러나면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시 부천지청장이 부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주임검사에게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핵심 압수수색 증거가 누락된 채 대검찰청에 보고됐다는 것이 문 부장검사의 주장이다. 또한 차장검사와 쿠팡 측 변호인 사이의 친분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일선 검찰 간부가 쿠팡 자회사 퇴직금 체불 사건에서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해 무혐의 처분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셈이다. 단순 내부고발이 아니라 현직 부장검사가 국회에서 직접 공개적으로 밝힌 양심 고백이어서 파장이 크다. 19년차 베테랑 검사가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제를 제기한 점에서 이번 외압 의혹은 신빙성 높은 내부고발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사건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 때문에 수사권 개혁 논의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만약 문 부장검사의 의혹 제기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기소독점권의 심각한 남용이자 직권남용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공수처 수사와 별도로 법무부와 검찰도 지청 수뇌부의 수사 개입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사건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조사해 외압 의혹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 같은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검찰의 국민 신뢰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