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3분기 이익 14% 감소…매도프 사기 소송 패소로 1조5000억원 손실

유럽 최대 은행 HSBC홀딩스가 역사상 가장 큰 사기인 버나드 매도프의 폰지 사기와 관련된 장기 소송에서 항소의 일부에서 패소한 후 3분기 세전 이익이 14% 감소했다고 2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HSBC는 이번 분기에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의 법적 비용 청구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은행은 홍콩과 영국 같은 주요 시장의 정책금리에 대한 낙관론을 반영해 올해 수입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HSBC는 2025년에 6월 기준 예상치인 약 420억 달러에서 430억 달러로 증가한 순이자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르주 엘헤데리 최고경영자는 성명에서 "우리가 전략을 실행하는 의도는 역사적 문제와 관련된 법적 조항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분기 성과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HSBC는 3분기에 73억 달러의 세전 이익을 기록했다. 27일 조항에 대한 소식이 나오기 전에는 은행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 추정치에 따르면 76억60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이 예상됐었다.

매도프 조항 외에도 은행은 HSBC Bank plc의 특정 과거 거래 활동과 관련해 3억 달러의 법적 비용을 추가로 기록했다.

버나드 매도프 폰지 사기는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로,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 피해를 낳았다. HSBC는 매도프와 관련된 투자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오랫동안 휘말려 있었다.

투자자들은 HSBC가 매도프의 사기 행각을 감지하고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항소 패소로 HSBC는 상당한 법적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그럼에도 HSBC가 수익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주요 시장의 금리 환경이 은행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과 영국의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HSBC의 순이자수익이 증가하고 있다. 순이자수익은 은행이 대출로 받는 이자와 예금에 지급하는 이자의 차이로, 은행 수익성의 핵심 지표다.

HSBC는 아시아, 특히 홍콩과 중국에서 강력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홍콩은 HSBC의 최대 수익원이다.

한 금융 애널리스트는 "HSBC가 법적 비용으로 단기 타격을 입었지만, 기본적인 영업 실적은 견조하다"며 "금리 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HSBC는 최근 몇 년간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엘헤데리 CEO는 2020년 취임 이후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에 주력해왔다. 그는 HSB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축소하고 핵심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은행을 재편하고 있다.

HSBC는 또한 디지털 뱅킹과 자산관리 사업 확대에도 투자하고 있다.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웰스 매니지먼트 사업이 성장하면서 수수료 수익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경제 둔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은 HSBC에 위험 요인이다. HSBC는 중국과 홍콩에서 상당한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어 이 지역의 경제 상황에 민감하다.

업계는 HSBC가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한 은행 애널리스트는 "HSBC의 3분기 실적은 일회성 법적 비용 때문에 부진해 보이지만 기저 실적은 양호하다"며 "수익 전망 상향은 경영진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HSBC 주가는 28일 런던 증시에서 이 소식에 소폭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은 법적 비용이 일회성이고 기본 영업 실적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HSBC는 4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연간 목표 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비용 관리와 수익성 개선에 계속 주력하면서 주주 환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