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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달러라이제이션’ 확대 추진 검토…中 ‘탈달러화’ 맞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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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달러라이제이션’ 확대 추진 검토…中 ‘탈달러화’ 맞불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탈(脫)달러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이 달러화를 주요 통화로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즉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한 나라가 자국 통화 대신 미국 달러를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처럼 달러를 법정화폐로 지정한 경우가 대표적이며, 이러한 흐름이 여러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글로벌 달러화’라고 한다.

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백악관을 포함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지난여름 존스홉킨스대의 통화정책 전문가 스티브 행키 교수를 만나 달러라이제이션 확대 가능성을 논의했다. 행키 교수는 “이 정책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키 교수는 백악관과 가까운 한 ‘정치 인사’가 지난 8월 말 회의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국의 탈달러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층이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보였으며, 달러라이제이션 논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확대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의 강세와 영향력 유지를 거듭 약속해 왔다”면서 “행정부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은 일상적인 절차지만 이를 공식 정책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FT는 이번 논의가 미 재무부가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약 29조2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행키 교수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레바논·파키스탄·가나·튀르키예·이집트·베네수엘라·짐바브웨 등을 달러화 전환의 잠재 후보로 언급했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아르헨티나는 달러에 페소를 고정하는 ‘통화위원회 제도’를 운영했으나 2001년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이후 붕괴됐다. 아르헨티나의 경제학자들은 반복되는 환율 위기를 끊기 위한 해법으로 달러화를 꾸준히 제시해왔다.

행키 교수는 “1995년 이후 아르헨티나가 쌓은 부채의 76%가 자본유출로 사라졌다”면서 “경제 신뢰 회복 없이는 채무를 감당할 만큼의 현금흐름이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구제금융은 나쁜 거래이며 이자율이 ‘달에 이를 만큼’ 높아야 겨우 맞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023년 대선에서 달러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루이스 카푸토 경제부 장관은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시행이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