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깜짝 회동을 했다. APEC CEO 서밋 참석을 계기로 방한한 젠슨 황 CEO가 만남을 제안해 이뤄진 자리였다. 깐부치킨 매장 앞에는 세기의 만남을 보려는 일반인들과 언론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언론에서는 이들의 만남을 '깐부 동맹'이라고 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3자 협력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주 한국에서 빅 이벤트가 두 번이나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경주에 모여 글로벌 통상 이슈와 안보 이슈를 놓고 긴밀하게 논의했다. 경주선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AI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채택하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경주 보문단지 내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향한 APEC의 중장기 미래 청사진 그리고 아태 지역 회복과 성장을 위한 회원 간 협력 의지를 포함한 경주선언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다자무역체제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경주 APEC 정상들의 공동선언에서 제외됐다. 자유무역주의가 퇴색하고 미국발 전 세계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선언을 보면 조 바이든 전임 미국 행정부 시기인 2021~2024년 APEC 정상선언에 담겼던 ‘WTO가 그 핵심을 이루는(WTO at its core)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체제’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백악관 복귀와 함께 기조가 달라진 것이다.
이제 빅 이벤트는 끝났다. 결실을 거둬야 할 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의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조선 등 주요 산업 통상과 공급망 이슈를 극복할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번 정상 회동은 의미가 없어진다. 깐부 회동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에 끌려가기보다 삼성과 SK,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AI 사업을 리드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AI 패권을 거머쥘 수 있다.
유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inryu00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