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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후 양극화 심각...고소득 72%·저소득 21% "은퇴 자금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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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후 양극화 심각...고소득 72%·저소득 21% "은퇴 자금 확신"

"9000명 조사서 소득격차 극명...사회보장연금 2033년 고갈에 노후불안 가중
미국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은퇴 후 삶의 질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은퇴 후 삶의 질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GPT4o
미국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은퇴 후 삶의 질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타임스는 지난 6(현지시각)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9월 성인 8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소득 격차가 결정하는 노년 삶의 질


조사에 따르면 연간 가구소득 155600달러(22700만 원) 이상 고소득 은퇴자의 60% 이상이 자신이 "극도로 잘" 또는 "매우 잘" 노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중간소득층(51900~155600달러, 7500~22700만 원)에서는 50%, 저소득층(51900달러 미만)에서는 39%만이 같은 응답을 내놨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고소득 은퇴자들은 건강이 "매우 좋다" 또는 "우수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고,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취미 생활에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더 컸다. 고소득층의 18%가 여전히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중간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는 각각 10%6%에 그쳤다.

저소득 고령층은 정신적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고, 취미 활동에 쓰는 시간이 적으며, 계단 오르기나 장보기 같은 일상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퓨리서치센터 보고서 주저자인 루오나 린은 "소득이 미국인들이 노화를 경험하고 생각하는 방식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은퇴 자금 불안과 사회보장연금 위기


은퇴 자금 확보에 대한 자신감도 소득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고소득 고령층의 72%가 은퇴 후 생활비가 충분하다고 확신했지만, 중간소득층은 46%, 저소득층은 21%만이 그렇게 답했다.

조사 대상자 전체로 보면 4명 중 1명만이 은퇴 자금이 충분하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흑인, 히스패닉 성인, 3040대는 재정적 미래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18~49세 성인의 절반가량은 은퇴할 수단이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거나 의심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불안은 사회보장연금의 재정 위기와 맞물려 있다. 미국 사회보장국이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령·유족보험 신탁기금은 2033년에 고갈될 전망이며, 이후에는 예정된 급여의 77%만 지급할 수 있다. 장애보험을 포함한 통합 기금은 2034년 고갈돼 81%만 지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사회보장연금의 총수입은 14200억 달러(2071조 원)였지만 지출은 14800억 달러(2159조 원)에 달해 적자 상태다.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정책 입안자들이 점차적으로 변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급격한 삭감이나 세금 인상을 피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낙관 속에도 현실적 우려 지속


그럼에도 고령층은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소득 수준을 불문하고 65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답했고, 정신 건강이 우수하거나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대다수는 외로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성인 자녀가 있는 경우 일주일에 몇 차례씩 연락한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고령층은 젊은 세대보다 자신의 노년에 대해 더 긍정적이었다. 65세 이상의 거의 절반이 극도로 잘 또는 매우 잘 늙어갈 것이라고 답한 반면, 65세 미만에서는 30%만이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린은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그리기를 주저한다""적지 않은 비율이 외롭거나 타인으로부터 고립됐다고 느끼고, 정신적 혼란과 기억 상실을 경험하며, 활동 수행이나 자기 일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약 78세다. 설문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이는 평균 91세였다. 미국인의 약 4분의 380세까지 살기를 원하지만, 100세까지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30% 미만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경제적 불안정이 건강과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미국 고령자협의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득 하위 60% 고령층의 사망률이 상위 20%의 거의 두 배에 달하며, 연간 소득 2만 달러(2910만 원) 이하 최저소득층은 12만 달러(17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보다 평균 9년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