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UAE '100년 동행' 선언…AI·원전·방산 묶은 '3대 정책 동맹' 구축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양국 협력의 핵심을 '경제'로 규정하고 미래 동반자 관계를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2박 3일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과 UAE는 먼 길을 함께 가는 진정한 형제국이자 동반자"라며 AI·청정에너지·방산·문화 등 핵심 산업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협력 체계 제도화를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아부다비에서 열린 BRT 기조연설을 통해 양국 협력을 관통하는 3대 축으로 ▲AI 기반 첨단산업 ▲청정에너지·원전·수소 등 에너지 분야 고도화 ▲소프트파워 확장을 꼽았다. UAE가 보유한 풍부한 태양광 자원에 한국의 배터리·전력망 기술과 원전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탄소중립 달성은 물론 차세대 에너지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UAE가 목표로 하는 2031년 AI 허브 도약에 한국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며 양국 간 AI 데이터센터 및 바이오테크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AI 중심의 산업 대전환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점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UAE의 국가 미래 전략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방산 분야는 기존의 단순 수출을 넘어 ‘공동 개발·현지 생산·제3국 동반 진출’로 이어지는 단계별 협력 모델을 구체화했다. 아크부대와 바라카 원전, 천궁-II 수출로 쌓아온 신뢰를 발판 삼아 글로벌 방산 시장을 함께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원전·에너지·문화 협력 등 7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정상은 '백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 공동 선언을 채택하고 방산기술, AI·양자 신기술, 공공의료, 식량안보, 핵심 소재 공급망, 공동 R&D 플랫폼 등 미래 전략 분야의 협력 틀을 제도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외교부 내에 고위급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협력 이행 상황을 상시 점검하기로 한 대목은 양국 관계를 민간 기업 간의 교류를 넘어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BRT 현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UAE 측에서도 칼리드 왕세자를 비롯해 투자·대외무역·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 부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예고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UAE의 AI 산업 육성 의지와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최적의 조합"이라고 평가했고, UAE 측 관계자들 역시 한국과의 공동 프로젝트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UAE 주둔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며 굳건한 국방·안보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혜경 여사는 아부다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할랄 K-푸드 홍보 행사에 참석해 현지 소비시장 공략과 문화 교류 확대를 지원했다. 문화·식품·콘텐츠 분야의 협력은 UAE가 중동의 문화 허브라는 점에서 K-컬처의 중동 전역 확산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중동 순방은 UAE를 거점으로 '경제 외교'의 닻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AI·에너지·방산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단순 수교국 이상인 '산업 동맹'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UAE 일정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은 두 번째 방문국인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경제 협력의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