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고려아연 美 10조 제련소 추진…전략광물 카드에 영풍은 정면 반발

글로벌이코노믹

고려아연 美 10조 제련소 추진…전략광물 카드에 영풍은 정면 반발

美 정부 합작 제련소 추진에 지배구조 격랑…공급망 전략과 경영권 분쟁 충돌
고려아연은 25일(현지시각) 최윤범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글로벌부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고려아연이미지 확대보기
고려아연은 25일(현지시각) 최윤범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글로벌부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에 10조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 구축에 나선다. 미국 최초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가동해 미국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국 국방부가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건설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주주에 오르면 경영권 분쟁 국면도 달라질 수 있다.

영풍 측은 이와 관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미국 제련소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고려아연이 미국 측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10조원 규모의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미국 국방부 등이 2조~3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 미국 측과의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할 것이란 진단이다.

미국 측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되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국면도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고려아연을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면 경영권 분쟁도 현 최대주주인 고려아연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하면 기존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 시 영풍 측은 39.70%에서 35.73%로, 최윤범 회장 측은 19.11%에서 17.20%로 각각 줄어들 수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미국 제철소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영풍 측은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를 만들려는 포석"이라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10%)을 미국 정부에 내어주는 것은 의결권을 확보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하는 전략 광물은 대한민국 경제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 중 하나"라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내산 광물의 수출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구축은 한국과 미국의 전략 광물 분야 공급망 강화 일환이라며 중요한 사업 협력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제련소를 통해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전략 광물의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어서다.

이를 토대로 중국이 장악한 전략 광물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의 공급망 협력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측이 고려아연 주주에 오르면 경영권 분쟁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단순 분쟁을 넘어 미국과 얽히는 사안으로 확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