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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는 거품”…글로벌 투자분석가가 지목한 ‘4대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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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는 거품”…글로벌 투자분석가가 지목한 ‘4대 과잉’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 사진=비즈니스투데이이미지 확대보기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 사진=비즈니스투데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투자분석가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은 최근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AI 관련 자산의 과열 양상을 지적하며 시장이 이미 고도로 진행된 거품 국면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록펠러인터내셔널은 샤르마가 모건스탠리 투자 부문에서 독립한 후 만든 글로벌 투자 리서치·경제분석 기관이다.

◇ “AI는 거품”…4대 ‘O’로 분석한 이상 징후


샤르마 회장은 1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낸 기고문에서 AI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네 가지 핵심 지표로 고평가(overvaluation), 과잉보유(over-ownership), 과잉투자(over-investment), 과도한 레버리지(over-leverage)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 기술주는 최근 10~15년 동안 실질 가격 기준으로 10배 이상 상승했으며 AI 관련 종목은 지난 2년간 시장 평균을 100% 이상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면서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급등은 명백한 거품 경고 신호”라고 진단했다.

◇ 美 가계 자산 절반이 주식


샤르마는 미국 가계가 주식에 과도하게 자산을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가계는 현재 전체 자산의 52%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 유럽연합(EU)은 30%, 일본은 20%, 영국은 15%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는 거래 과열도 지적했다. 미국의 일일 평균 주식 거래량은 5년 전보다 60% 늘어난 180억 주에 이르고 단기 주식옵션 거래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3분의 1에서 절반 이상으로 확대됐다는 것. 샤르마는 “젊은 세대가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투기에 빠진 ‘금융 허무주의’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을 거품으로 보면서도 유동성 압력에 떠밀려 마지못해 투자에 나서는 회의론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AI 투자 급증…올해 3800억 달러, 2030년엔 6600억 달러 전망


샤르마는 기술 부문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은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와 이를 운영할 발전소 등에 자본이 쏠리며 투자 규모는 2023년 1800억 달러(약 264조7800억 원)에서 올해 3800억 달러(약 558조9800억 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에는 6600억 달러(약 970조7280억 원)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AI를 도입한 미국 기업은 15%도 안 된다”며 기술 채택률 둔화와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지적했다. 샤르마는 또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경우 최대 40%의 업무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는 정치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며, 결국 AI 투자의 수익성에도 제약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부부채 확대와 레버리지 ETF 급증…거품 붕괴 ‘트리거’는 금리


또 다른 거품 징후로 기업 수익성과 현금흐름 악화도 꼽혔다. 샤르마에 따르면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엔비디아·메타·알파벳·테슬라 등 ‘매그니피슨트 세븐’ 중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순부채 상태에 진입했고, AI 투자 지출 증가로 자유 현금흐름이 급감하고 있다.

시장 전반의 금융 레버리지도 문제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개인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해당 상품의 총자산은 지난 10년간 7배 증가해 현재 약 1400억 달러(약 205조884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샤르마는 “이번 AI 거품은 아직 터지지 않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 금리 상승과 금융 여건의 긴축이 시작되면 거품은 급격히 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세기 철도 거품부터 닷컴 붕괴에 이르기까지 거품 붕괴를 촉발한 공통된 요소는 항상 금리 인상이었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