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반도체 ‘슈퍼 사이클’ 분기 매출 300조원 첫 돌파… AI·메모리가 쓴 신기록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반도체 ‘슈퍼 사이클’ 분기 매출 300조원 첫 돌파… AI·메모리가 쓴 신기록

3분기 매출 14.5% 급증, 연간 8000억 달러 ‘초읽기’
삼성, 칩 가격 40만 원 육박 ‘퀄컴 족쇄’ 탈피 시동 ‘엑시노스’ 2나노 공정 내재화 총력… 수율 확보가 관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AI와 HBM 수요 폭발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2000억 달러(약 286조 원) 벽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퀄컴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내재화에 사활을 걸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AI와 HBM 수요 폭발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2000억 달러(약 286조 원) 벽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퀄컴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내재화에 사활을 걸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2000억 달러(286조 원) 벽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IT 전문매체 Wccf테크 등 외신이 28(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지난 분기보다 14.5% 증가한 2163억 달러(312조 원)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칩 가격이 치솟는 퀄컴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내재화에 사활을 걸었다.

계절적 비수기 뚫었다… AI·메모리 쌍끌이호황


반도체 업계가 다시 한번 폭발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옴디아가 분석한 3분기 매출 2163억 달러는 시장 예상치였던 5% 성장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통상 3분기가 계절적 성수기라 하더라도 평균 7% 안팎의 성장을 보여왔던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가깝다. 2분기 8% 성장에 이어 3분기에는 성장 폭을 두 배 가까이 키웠다.

이번 상승장은 역시 AI와 메모리가 주도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상위 4개 기업이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의 40% 이상을 장악하며 시장 지배력을 과시했다.

리노 젱(Lino Jeng) 옴디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학습(Training) 단계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가 요구되는 AI 추론(Inference) 작업이 확대되면서 HBM뿐만 아니라 기존 D램 수요까지 동반 급증했다""이러한 수요 폭발이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시장의 온기가 특정 기업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전체적으로 20% 성장했음에도 엔비디아와 메모리 부문을 제외하면 수요 침체에 시달리는 '불균형 성장'이 뚜렷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도 3분기에 9% 이상 성장하며 산업 전체가 고르게 살아나는 '낙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옴디아는 올해 연간 총매출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어나 8000억 달러(1156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역시 역대 최고 매출 경신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개당 40만 원… 삼성, ‘스냅드래곤의존도 줄이기 안간힘

반도체 시장 전체 파이는 커졌지만, 세트(완제품) 업체의 고민은 깊다. 특히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AP 가격 급등은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다. 퀄컴의 차세대 칩셋 '스냅드래곤 8 엘리트' 가격은 5세대 제품 기준 280달러(40만 원) 선이며, 내년 출시될 6세대는 300달러(43만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체 AP'엑시노스' 비중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칩셋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엑시노스가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오르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전류 제어 능력이 뛰어나고 전력효율이 높은 2나노미터(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기반으로 한 '엑시노스 2600'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미르 카자카(Samir Khazaka)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자체 CPUGPU 설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단순히 퀄컴의 대안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이는 엑시노스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AMDRDNA 4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GPU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애플과 퀄컴에 대항할 자체 코어 개발 전담 부서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칩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율 50%의 벽… 기술 초격차가 승부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부활' 시나리오가 성공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명확하다. 바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율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엑시노스 2600의 양산 수율을 약 50~60%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는 칩 10개를 만들면 4~5개는 불량이라는 뜻으로, 채산성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 때문에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6 시리즈에서도 퀄컴 스냅드래곤 비중이 75%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엑시노스 2600은 나머지 물량을 채우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세대 2나노 GAA 공정 설계를 완료하고, 2년 내에 성능을 개선한 'SF2P+' 공정을 도입하는 등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수율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가 향후 모바일 시장에서의 수익성과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반도체 시장이 AI 인프라 투자 지속과 온디바이스 AI(기기 내장형 AI) 확산으로 또 한 번의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을 누리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