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양산 목표… 엔비디아 공급망 재편할 ‘메모리-패키징’ 일괄 체제 구축
TSMC 의존도 낮추고 AI 주도권 확보… 인텔·앰코와 ‘합작’ 가능성도 솔솔
TSMC 의존도 낮추고 AI 주도권 확보… 인텔·앰코와 ‘합작’ 가능성도 솔솔
이미지 확대보기트렌드포스와 Wccf테크 등 주요 외신은 29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을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 거점으로 낙점하고, 202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美 본토에 심는 ‘AI 메모리 심장’… TSMC 독주 막는다
외신 보도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웨스트라피엣 공장에 자사 최초의 미국 내 2.5D 패키징 양산 라인을 설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5D 패키징은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기판 위에 수평으로 배치하되, 칩과 기판 사이에 ‘인터포저’라는 미세 회로층을 넣어 칩 간 연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로 AI 반도체 성능 구현의 핵심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평으로 연결하는 기술로, 칩 성능과 전력효율을 극대화해 AI 가속기 제조에 필수 공정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2.5D 패키징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 시설 확장을 넘어선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HBM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하나의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턴키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AI 반도체 공급망은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하면, 이를 TSMC가 받아 자사 패키징 공정(CoWoS)으로 엔비디아 GPU와 결합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2.5D 패키징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긋고 "미래 커스터마이징 HBMD을 하기 위해선 필요한 방식으로 연구해 나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인증 장벽’ 넘고 공급망 속도전
업계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승인을 받으려면 HBM 단품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패키징 후의 결합 성능까지 검증받아야 한다. 패키징 과정에서 결함이 생기면 메모리 품질이 완벽해도 제품 출시가 늦어진다.
지디넷(ZDNet)은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자체 패키징 역량을 확보하면 HBM과 패키징의 통합 검증이 가능해져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엔비디아 등 고객사 요구에 더 기민하게 대응하는 경쟁력이 된다.
인텔·앰코와 ‘반도체 동맹’ 맺나… 현지 합작 유력
이번 투자는 대만 TSMC가 사실상 독점해 온 AI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자국 내 첨단 패키징 시설 유치를 강력히 희망해 왔다. Wccf테크는 “미국 내에는 TSMC의 CoWoS 같은 주류 솔루션을 대체할 첨단 패키징 시설이 부재한 상황”이라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는 이러한 미국의 공급망 갈증을 해소할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기술과 현실 과제도 남았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력은 독보적이지만,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를 결합하는 2.5D 패키징의 대규모 양산 경험은 TSMC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앰코는 이미 TSMC와 협력해 미국 내 패키징 생태계를 구축 중이며, 인텔은 독자 패키징 기술인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여러 개의 반도체 다이(Die)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고속으로 연결하는 인텔만의 독자적인 2.5D 패키징 솔루션으로, 하이 NA EUV를 통해 만든 초미세 칩렛들을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메모리 기업에서 ‘토털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이번 행보가 메모리 제조업체의 한계를 넘어 ‘토털 AI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28년 공장이 가동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서 HBM 생산과 고도화된 패키징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향후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TSMC의 양강 구도에서 엔비디아-SK하이닉스-TSMC의 3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