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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모디 정부, 중국 기업 공공입찰 5년 만에 개방 검토... 야당 "안보 포기"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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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모디 정부, 중국 기업 공공입찰 5년 만에 개방 검토... 야당 "안보 포기" 맹공

2020년 라다크 국경 충돌 후 빗장 걸었던 중국 자본, 전자산업 육성 명분으로 문턱 낮춰
제1야당 "역대 최대 무역적자 속 굴욕외교"...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과 충돌 불가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5년간 제한했던 중국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5년간 제한했던 중국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5년간 제한했던 중국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인도 매체 더 힌두는 지난 9(현지 시각) 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이를 '치밀하게 계산된 굴복'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자이랑 라메시 인도국민회의 총무는 지난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이 파키스탄의 '오퍼레이션 신두르'에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한 지 8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정부의 정책 변화를 정면 비판했다.

2020년 라다크 충돌 이후 5년 만에 규제 완화


인도 정부는 2020년 라다크 국경 유혈 충돌 이후 중국 자본의 공공사업 참여를 엄격히 차단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싱크탱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는 전자산업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중국의 투자와 무역 제한을 제거하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인도 정부는 2020년 라다크(Ladakh) 국경 유혈 충돌 이후 중국 자본의 공공사업 참여를 엄격히 차단했다. 당시 도입한 '프레스 노트3’(Press Note 3)에 따라 중국을 포함해 인도와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의 투자는 내무부와 외무부의 보안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조치로 중국의 대인도 직접투자(FDI)201912700만 달러(1854억 원)에서 2024300만 달러(437900만 원)로 사실상 전멸했다.

그러나 인도 전자산업의 대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2024~2025 회계연도 인도의 대중국 수입액은 1135억 달러(1656900억 원)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특히 전자 부품 수입은 2023~2024 회계연도 기준 중국과 홍콩에서 180억 달러(262700억 원)를 수입해 전체 전자 부품 수입(344억 달러, 502200억 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도체 수입도 2024240억 달러(35조 원)로 전년 대비 36%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싱크탱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는 중국 기업이 인도 기업의 최대 24% 지분까지는 사전 승인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니티 아요그는 2030년까지 전자산업 생산액을 현재 1150억 달러(1678800억 원)에서 5000억 달러(7299500억 원)로 확대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중국의 투자와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2023~2024 경제조사 보고서도 중국 투자 제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의 공공입찰 허용, 전자 부문 투자 확대, 중국인 노동자 비자 발급 간소화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최근 인도 전자제조업체 딕슨 테크놀로지스(Dixon Technologies)와 중국 롱치어(Longcheer)의 합작투자를 승인했다. 희토류 자석 수입도 제이 우신(Jay Ushin) 3개 인도 기업에 허가했다.

이를 두고 라메시 총무는 인도 육군 부참모장 라울 R. 싱 중장이 중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규제를 푸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공공사업 문까지 열어주는 것은 경제적 종속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과 정면 충돌 우려

야당은 모디 총리가 2020년 라다크 위기 당시 "인도 영토에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발언하며 중국에 면죄부를 줬던 전례를 거론했다. 현재 중국은 라다크 동부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해 인도의 전통적 순찰로를 차단하고 있다. 중국은 아루나찰프라데시주 도발과 브라마푸트라강 유역 메도그 댐 건설로도 인도를 압박 중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모디 정부가 국가 과제로 추진해온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기업에 공공입찰 길을 열어줄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인도 현지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효율성 제고와 자국 기업 보호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국경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유화 정책이 모디 총리 핵심 지지층인 보수적 민족주의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길 것으로 분석한다.

이번 사안은 조만간 열릴 예산국회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안보''굴욕'을 키워드로 파상 공세를 예고하면서 의회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인도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