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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뿐인 균형 발전’...한국마사회 영천 이전 "지역경제 효과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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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뿐인 균형 발전’...한국마사회 영천 이전 "지역경제 효과는 불투명"

한국마사회의 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사진=한국마사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마사회의 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사진=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 본사의 경북 영천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치적 쌓기’와 ‘지역 이기주의’가 뒤섞인 위태로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글로벌이코노믹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마사회는 지난 2024년 12월 '영천 말 산업 특구 조성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5년부터 본격 이전 작업에 착수했다. 총사업비는 약 4조 원으로 추산되며, 주요 재원은 과천 경마공원 부지(약 50만㎡) 매각 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마사회는 과천 부지를 3조~3조5000억원에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머지 재원은 자체 적립금과 차입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영천 이전 시설에는 △신규 경마장 △승마·관광 복합단지 △말 연구센터 △선수촌 등이 포함된다.

마사회는 영천 이전을 통해 △일자리 3000개 창출 △연간 관광객 200만명 유치 △지역경제 파급효과 연 5000억원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경남, 세수손실액 200억~300억 원 추정


경상북도와 영천시의 '영천경마공원 건설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영천경마공원은 2026년 개장을 목표로 총사업비 3057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재 1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부산·경남권과 불과 1시간 내외 거리에 위치한 영천에 또 다른 대형 경마장을 짓는 것이 ‘중복 과잉 투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부산·경남 마주협회 등 기존 업계는 영천경마장 개장 시 부경 지역의 세수 손실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경남마주협회' 및 '부산광역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약 120회 감소하고, 이에 따른 지방 세수 손실액만 200억~3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파이를 쪼개기 하는 식의 이전은 결국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성만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구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 2020년 이후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지역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늬만 특구', 내실 없는 경제 파급효과


영천시는 마사회의 본사 이전을 통해 1조8000억 원 규모의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장밋빛 통계에 기반한 ‘부풀리기’ 전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사례를 보면, 본사 인력의 이주율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가족 동반 이주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마사회의 경우 임직원 정원이 5000명을 상회하는 거대 조직이지만, 실무 인력 대다수는 경마장이 운영되는 현장에 분산되어 있다. 본사 조직만 영천으로 옮긴다고 해서 인구 유입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가 산술적으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영천시는 유치 과정에서 레저세 50% 감면(30년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마사회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꼼수 특혜’로 비춰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천시의 재정 건전성에도 독이 될 수 있다. 지역 살림을 풍요롭게 하겠다며 유치한 기관이 정작 세수 확보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과천시 "지역경제 붕괴될 것"...타 지자체의 반발·갈등 고조


과천시와 지역 주민들은 마사회 이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마사회 이전으로 지역경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했고, 지역 상인연합회도 "35년간 상생해온 경마장이 떠나면 상권이 초토화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과천 경마공원은 1988년 개장 이후 35년 이상 과천시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지역 상권도 경마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현재 마사회 본사 유치를 두고 타 지자체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 말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말 사육의 약 55% 이상을 제주도가 차지하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인 공공기관 이전이 논리적 타당성 없이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 쟁탈전’으로 변질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마사회는 한때 연 매출 7조 원을 기록한 알짜 공기업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경영 체질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말 산업 관계자는 "경마 산업은 신규 수요 창출이 어려운 구조로 전국적으로 경마 인구가 정체된 상태에서 경마장을 늘리는 것은 '풍선 효과'에 불과하다"면서 "영천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서울이나 부경에서 옮겨온 것에 불과하며, 국가 전체적인 말 산업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운영비(인건비, 유지비)만 이중으로 지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마사회 매출의 7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본사를 영천으로 이전할 경우, 주 고객층인 수도권 시장과의 소통이 단절되고 신속한 경영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특히 온라인 마권 발매 비중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굳이 물리적인 거점을 남부권으로 집중시키는 것은 디지털 전환 트렌드에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인프라 중복 투자와 환경 파괴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미 전남 지역의 에코델타시티나 기존 경마장들의 시설 유휴화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토목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탄소 중립 및 ESG 경영 흐름에도 맞지 않는 구시대적 토건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