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주얼 캐피털리스트 ‘글로벌 예측’… “효율성 시대 가고 안보의 시대 도래”
데이터센터가 쏘아 올린 에너지 쇼크… “전기 없어 공장 멈추는 시대 온다”
데이터센터가 쏘아 올린 에너지 쇼크… “전기 없어 공장 멈추는 시대 온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0일(현지 시각) 시각 데이터 전문매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글로벌 예측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세계 경제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기존 성공 방정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의 변곡점에 섰다고 진단했다.
‘가성비’의 종말…“비용보다 동맹”
세계 무역의 나침반이 ‘비용 최소화’에서 ‘정치적 안전’으로 급선회했다. 기업이 생산 기지를 정할 때 인건비나 물류비보다 해당 국가가 우방인지를 먼저 따지는 시대다. 이른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동맹국 간 공급망 구축)’이 필수가 되면서 싼값에 상품을 조달하던 ‘가성비 시대’는 막을 내렸다.
데이터가 이를 입증한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석 결과, 주요 20개국(G20)이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범위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넓어졌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같은 기존 자유무역 틀은 흔들리는 반면, 캐나다와 중국이 전기차 관세를 두고 정치적 셈법에 따라 새로운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등 무역 지도는 파편처럼 갈라졌다.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올해 최대 위협으로 기후 위기가 아닌 ‘지경학적 대결’을 꼽았다. 이는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 기업에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선 고도의 정치적 위험 관리 능력을 요구한다.
사라진 ‘평화 배당’…경제 갉아먹는 전쟁 비용
긴장 완화로 얻던 경제적 이익인 ‘평화의 배당(Peace Dividend)’이 사라진 자리를 군비 경쟁이 채웠다. 5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유라시아 무역망을 끊어 놓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GDP의 5%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개발(R&D)이나 복지·인프라 확충에 써야 할 막대한 자본이 무기 생산과 군비 증강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 중동의 핵 위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고조된 긴장감 자체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거대한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상황에서 기업은 현금 확보를 위해 투자를 미루고, 이는 다시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른다.
AI가 쏘아 올린 전력 쇼크…“전기 없어 공장 멈춘다”
가장 시급하고도 물리적인 위협은 에너지 분야다. 챗GPT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AI 산업이 ‘전기 먹는 하마’로 돌변하며 전력 공급망을 위협한다. 데이터센터 가동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전력 수요가 662테라와트시(TWh)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거대 경제권인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의 연간 전력 생산량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문제는 ‘시간의 불일치’다. 송전망 확충에는 최소 5년, 새 원자력발전소 건설에는 10년 이상 걸린다. 당장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장 가격보다 두 배 비싼 웃돈을 주고서라도 폐쇄했던 원자로를 재가동하기로 계약한 사례는 이런 절박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AI 패권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시나리오 경영’이 유일한 생존법
이러한 ‘3각 파도’를 넘기 위해 전문가들은 ‘효율성’이라는 낡은 옷을 벗고 ‘회복탄력성’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적화된 하나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쏠린 공급망을 과감히 떼어내 다변화하고, 유가 급등이나 항로 봉쇄, 전력 단절 등 최악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경영’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대응도 시급하다. 전력망 확충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혁파하는 동시에 동맹국과 경제안보 결속을 강화해 대외 협상력을 키우는 ‘원팀’ 전략이 필요하다. 2026년 경제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싸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외부 충격을 잘 견디느냐에 달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