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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500조 시장 눈앞에도 ‘원리금보장’ 수익률 2~3%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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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500조 시장 눈앞에도 ‘원리금보장’ 수익률 2~3% 언저리

"높아야 4%" 수익률에도 원금보장에 가입자 쏠림
"퇴직연금, 주식처럼 운용하기엔 부담" 안정성이 원인
은행·보험·증권 '성과 저조 3인방'에
"별도 조직이 운용하자"…다시금 기금화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직연금 시장이 ‘500조원 적립금’을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금 가입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은행 예금이자 수준인 연 2~3%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가 정부를 중심으로 다시 불붙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취급한 원리금보장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예금성)의 2025년 연간수익률은 한국산업은행이 3.18%로 가장 높았으며 광주은행이 2.46%로 가장 낮았다.

보험업권의 경우 교보생명(4.08%) 연수익률 1위를 달리고 한화손해보험(2.49%)이 가장 저조했으며, 삼성생명(3.62%)을 비롯한 13개 보험사가 3%대를 유지했다. 증권사는 현대차증권이 4.01%로 가장 높은 연수익률을 냈고 유안타증권(3.03%)이 맨 하위였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인기를 얻은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 IRP 퇴직연금 역시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DC형 수익률은 은행 2.66~2.95%(제주은행 제외), 보험 2.87~3.80%, 증권 2.85~4.76%, IRP는 각각 2.53~2.99%, 2.5~4.03%, 2.27~3.46% 범위에서 형성됐다.
퇴직연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 2019년(219조7000억원), 2022년(334조8000억원), 2024년(430조5000억원) 각각 200조원, 300조원, 4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는 은행 260조5580억원, 증권 130조3352억원 보험 104조7415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으며 500조원 규모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연금 가입자들의 선택지는 원리금 보장형에 쏠려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매년 발표하는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체 적립액의 74.6%를 차지한 데 비해 실적 배당형(원리금 비보장)은 17.5%에 불과했다. 원리금 보장형 비중은 2022년 85.4%에서 2023년 80.4%, 지난해 70%대로 하락하는 등 매년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원리금 보장형 선택의 주된 이유로 ‘안정성’을 꼽았다. 보험사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한 한 금융권 종사자는 “원금 그대로의 통장 예치는 물가상승률로 인해 사실상 ‘돈이 까지는(깎이는) 행위’임을 잘 알면서도, 퇴직연금을 ‘주식’처럼 운용하자니 위험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라며 “퇴직연금만큼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을 보장하는 편이 나은 선택지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리금 보장형 수요 대비 저조한 수익 성과가 이어지자, 정부와 정치권은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를 재개했다. 퇴직연금 사업 주체를 현 은행, 보험사, 증권사에서 별도의 전문가 조직에 위탁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금화 논의를 언급하며 “퇴직연금은 중요한 노후대비 자산인데 물가보다도 낮은 수익률에 놔두는 게 바람직하냐”고 말했다. 다만 퇴직연금 기금화는 추진 대상이 아닌 선택지에 불과할 뿐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거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노사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TF는 이르면 이달 중 합의안을 공개한다는 계획인데,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퇴직연금 기금화는 점점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 재편 시 증권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와 달리 금융투자회사인 증권사는 일반사모운용 라이센스가 있는 경우에나 하위 운용사로 위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