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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250조 잭팟' 터졌지만 공장선 "사람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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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250조 잭팟' 터졌지만 공장선 "사람 부족"

영업이익 사상 최대인데 구인난… '풍요 속 빈곤' 우려, K-반도체
연봉 10% 성과급 뿌려도 '의대행' 러시… 계약학과 포기율 300% '쇼크'
대만은 정부·대학·TSMC '원팀' 총력전 vs 한국은 규제 묶여 기업 홀로 '고군분투’
"순혈주의 깨고 해외 인재 수혈 시급… 소부장 생태계 붕괴 막아야 2나노 승기 잡는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인공지능(AI) 추론 시장이 열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주문이 폭주한 덕분이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 잔치 뒤편에서는 “사람이 없어 공장을 못 돌릴 판”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인공지능(AI) 추론 시장이 열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주문이 폭주한 덕분이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 잔치 뒤편에서는 “사람이 없어 공장을 못 돌릴 판”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1.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인공지능(AI) 추론 시장이 열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주문이 폭주한 덕분이다. 증권가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무려 250조 원에 이른다. 평택과 용인, 미국 테일러 등 국내외 생산 기지는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 잔치 뒤편에서는 사람이 없어 공장을 못 돌릴 판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기술, 자본, 인력이라는 생산의 3요소 가운데 사람축이 무너지면서 사상 최대 호황이 자칫 신기루로 전락할 위기다. 본지는 국내외 반도체 산업 현황과 통계 자료를 심층 분석해 K-반도체의 인력 수급 위기를 진단한다.

돈으로도 못 사는인재… 무너지는 이공계 공급망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인력 수급 불균형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부족할 인력은 최대 81000명에 이른다. 2026년 현재 업계가 해마다 필요로 하는 신규 인력은 1만 명을 웃돌지만, 대학에서 배출하는 관련 전공자는 5000명 안팎에 그친다. 수요가 공급의 두 배에 달하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결산 기준 영업이익의 10%를 넘어서는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며 인재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의대 광풍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지난 2024~2025학년도 입시 결과를 보면 연세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등록 포기율은 200~300%대를 기록했다.

특히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계약)2024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정원 대비 360%가 등록을 포기했고,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계약) 역시 200%대 중반의 미등록률을 보였다. 서울 주요 5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평균 등록 포기율(17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기업 취업 보장이라는 혜택도 의사 면허가 주는 직업 안정성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합계출산율 0.75명이라는 인구 절벽과 이공계 기피가 맞물린 복합 현상이다.

대만은 삼위일체총력전, 한국은 ‘각개전투


경쟁국 대만더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대응은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있는 대만 역시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인구 감소 충격이 크지만, ··학이 똘똘 뭉쳐 해법을 찾고 있다.

대만 정부는 국가중점분야 산학협력 혁신조례를 만들어 대학 규제를 풀고 정원을 유연하게 늘렸다. TSMC는 신입사원 훈련센터(NTC)를 직접 운영하며 비전공자도 8주 만에 현장 엔지니어로 길러낸다. 석사 신입 초봉을 업계 평균의 3배인 약 220만 대만달러(1억 원)까지 끌어올리며 인재를 쓸어 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학과 계약학과를 만드는 각개전투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 26조 원 가운데 17조 원은 저리 대출 지원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중국처럼 직접 보조금을 투입해 인재를 키우고 설비를 확충하는 경쟁국과 비교하면 현장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제 규제 탓에 반도체 학과 증원도 사실상 막혀 있다. 골든타임이 지나가는데 규제와 정책 혼선, ‘눈치 보기행정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허리 끊긴 생태계… 첨단 공정도 사람 손이 먼저


게다가 부족한 인재의 대기업 쏠림 현상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인력 공동화(空洞化)를 불렀다. 반도체 생태계는 팹리스(설계)-파운드리(생산)-패키징(후공정)-소부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삼성과 SK가 인재를 빨아들이면서 중소·중견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허리가 부실하면 삼성과 SK가 아무리 최첨단 공장을 지어도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을 장담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이용한 공정 자동화를 대안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는 보조 수단일 뿐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기술 리포트를 종합하면, 2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오류(Defect)를 잡아내고 공정 레시피를 설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 엔지니어의 창의성과 직관이 필수다.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최적화해 성능을 끌어내는 일 또한 숙련된 엔지니어의 몫이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암묵지의 영역이다. 사람이 없으면 250조 원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패러다임 전환 시급… 개방순환이 답이다


이제는 인력 수급 전략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연봉 인상을 넘어 국가 차원의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빗장을 풀어야 한다. 대만이 취업금카드제도로 동남아 인재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듯, 한국도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해 글로벌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둘째, 교육 혁명이다. TSMC 사례처럼 비전공자도 단기 집중 교육을 통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리스킬링(Re-skilling, 비전공자 재교육)’업스킬링(Up-skilling, 전공자 업무 고도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학 졸업장이 아닌 실무 능력을 우선하는 채용 문화도 시급하다.

셋째, 생태계 공존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 퇴직 인력이 중소기업으로 재취업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생태계 전체가 산다.

2026년 한국 반도체는 호황의 입구에 서 있다.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사람이 없다면 호황은 곧 재앙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금 당장 인재 댐을 쌓지 않는다면, ‘반도체 코리아의 미래는 없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일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