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패키징 라인 완공·4월 가동… ‘꿈의 기판’ 기술로 2027년 양산 정조준
소부장 결집한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의 역습… 韓 초격차 흔들 ‘공급망 요새’ 구축
소부장 결집한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의 역습… 韓 초격차 흔들 ‘공급망 요새’ 구축
이미지 확대보기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은 22일(현지시간) 라피더스가 세이코 엡손 치토세 사업장에 후공정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하고 2027년 하반기 양산 목표를 구체화했다고 보도했다.
‘꿈의 기판’ 600mm 유리 패널 도입… 생산성 혁신 시도
라피더스의 이번 행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원형 웨이퍼가 아닌 사각형 ‘유리 기판’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고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용 배선층인 ‘RDL 인터포저’를 공개했다.
이 기술은 지름 300mm 원형 실리콘 웨이퍼 대신 600mm 정사각형 유리 패널을 활용한다. 면적이 넓은 사각형 패널은 칩을 배치할 때 버려지는 테두리 공간을 최소화해, 원형 웨이퍼보다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물리적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칩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쌓는 ‘패키징 기술’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라피더스는 현재 건설 중인 홋카이도 제1공장(IIM-1) 인근 세이코 엡손 사업장 일부를 임대해 약 9000㎡(약 2700평) 규모의 클린룸을 조성하고 있다. 오는 3월 말까지 시범 라인 구축을 마치고, 4월부터 실제 웨이퍼 절단과 칩 접합 테스트에 돌입한다. 이는 2027년 양산을 앞두고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안정화할 ‘전초전’이다.
“후공정을 잡아야 산다”… 일본의 ‘소부장’ 대결집
반도체 업계는 라피더스의 움직임을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공급망 패권 확보’ 시도로 풀이한다. 미세화 경쟁인 전공정은 TSMC가 구마모토 공장을 통해 일본 내 거점을 마련했지만,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떠오른 후공정 분야는 여전히 대만과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딜로이트 토마츠의 가야마 신고 파트너는 “앞으로는 후공정을 제패하는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할 것”이라며 홋카이도 클러스터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홋카이도 치토세시는 라피더스 진출 이후 거대한 ‘반도체 밸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치토세시 조사 결과 라피더스 진출 발표 이후 관련 기업 45곳이 이미 거점을 마련했으며, 83개 기업이 추가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후공정 핵심 장비, 소재, 검사 업체가 대거 포함됐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2028년 분양을 목표로 45헥타르(약 13만 6000평) 규모의 신규 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하며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반도체에 던지는 경고… ‘기술 초격차’ 좁혀질까
일본의 약점으로 꼽히던 영세한 후공정 산업 구조도 개편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난해 출범한 ‘일본 OSAT(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 연합회’에는 앰코테크놀로지재팬, 아오이전자, 신코전기공업 등 29개 주요 기업이 참여했다. 일본의 후공정 세계 점유율은 5% 수준에 그치지만, 소재와 부품, 정밀 장비 분야의 원천 기술력을 앞세워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수인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야시 리키 OSAT 연합회 사무국장은 “생산 규모로는 해외 기업과 경쟁이 버겁지만, 일본 특유의 높은 수율과 품질 관리 능력은 AI 반도체와 같은 고사양 제품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2026년은 라피더스에 운명의 해다. 공장(IIM-1) 건설이 마무리되고, 첨단 장비 반입과 시범 생산이 동시에 이뤄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의 ‘턴키(일괄 수주)’ 전략에 맞서, 일본은 ‘라피더스-소부장 연합군’을 통해 잃어버린 반도체 30년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홋카이도에서 불어오는 ‘북풍’은 단순한 위협을 넘어 실질적인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