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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큰손들, 한국 정부에 ‘쿠팡 차별’ ISD 통보… “한미 FTA 정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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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큰손들, 한국 정부에 ‘쿠팡 차별’ ISD 통보… “한미 FTA 정면 위반”

그리노크스·알티미터,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 공식 요청
“총리의 ‘마피아’ 발언은 표적 수사 증거”… 통상 마찰 비화 조짐
90일 냉각기 후 국제 중재… ‘트럼프 측근’ 개입에 정부 긴장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캐피털(VC)인 그리노크스(Greenoaks)와 알티미터(Altimeter)가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가 부당하다며 국제 중재(Arbitration)를 신청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캐피털(VC)인 그리노크스(Greenoaks)와 알티미터(Altimeter)가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가 부당하다며 국제 중재(Arbitration)를 신청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캐피털(VC)인 그리노크스(Greenoaks)와 알티미터(Altimeter)가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가 부당하다며 국제 중재(Arbitration)를 신청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쿠팡의 데이터 유출 사고를 구실로 한국 토종 기업이나 중국 경쟁사와 달리 쿠팡에만 가혹한 이중 잣대를 적용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악시오스는 22(현지시간) 이들 투자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 의향서를 제출하고, USTR에 미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기업과 정부 간 갈등을 넘어 한미 통상 마찰로 번질 뇌관이 터진 셈이다.

한국 정부, 법치 아닌 정치 논리로 쿠팡 옥죄기


보도에 따르면 쿠팡의 주요 주주인 그리노크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지배력을 약화하려고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닐 메타(Neil Mehta) 그리노크스 대표는 무역 협정은 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국제 경쟁은 정치인의 변덕이 아닌 명확한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이사회 일원이기도 닐 메타 대표는 이번 소송이 회사와는 별개로 독자 진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절차(ISDS)의 전 단계인 중재 의향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차별 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수사당국에 마피아를 소탕하는 결기로 쿠팡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투자사들은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과 중국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높여주려고 쿠팡을 희생양 삼아 과도한 벌칙을 부과했다고 비판했다.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도 최근 기고문에서 한국이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하며 투자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데이터 유출 악재에 주가 반토막… 투자 손실 현실화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해 1129일 쿠팡이 공개한 데이터 유출 사고다. 사고 직후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쿠팡 주가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파이낸셜 모델링 프렙(Financial Modeling Prep)과 악시오스 비주얼스(Axios Visuals)가 분석한 주가 추이를 보면, 쿠팡 주가는 지난해 9~1034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데이터 유출 사실을 공개한 1129일을 기점으로 수직으로 추락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쿠팡 주가는 20.24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초 수준(22달러)보다 더 낮아졌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약 370억 달러(543200억 원)로 쪼그라들었으며, 지난 1년간 주가 하락 폭은 9%에 이른다. 11억 달러(16100억 원) 규모의 쿠팡 주식을 보유한 그리노크스는 한국 정부의 차별적 조치로 수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알티미터의 보유 지분 가치도 약 21000만 달러(3080억 원)로 평가된다.

90일 냉각기 후 국제 중재… 한미 통상 뇌관 되나


이번 사태는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기조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역린을 건드린 사례다. 통상 미국 벤처캐피털이 투자 대상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에 나서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리노크스를 대리하는 로펌 코빙턴(Covington)의 마니 치크(Marney Cheek) 변호사는 한국 정부에 보낸 통지서 발송을 기점으로 90일간의 냉각기(Cooling off)’가 시작된다이 기간 한국 정부가 시정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한미 FTA에 따른 중재 청문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USTR의 개입 가능성이다. 투자사들이 요청한 미 무역법 301조 조사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미국 정부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USTR은 요청 접수 후 45일 안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쇄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브래드 거스트너 알티미터 창업자가 트럼프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한국 정부에는 부담이다. 거스트너는 정부효율부(DOGE)’ 신설을 주도한 인물로, 미 행정부 내 영향력이 상당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소송 제기에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내용을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