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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주가 17% 급락…AI CPU 공급 실패로 시총 460억 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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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주가 17% 급락…AI CPU 공급 실패로 시총 460억 달러 증발

트럼프 지원 약속 후 5개월 상승세 하루 만에 붕괴…구형 설비 철거가 '부메랑'
14A 파운드리 확정 고객 '제로'…2026년 하반기까지 계약 불투명
지난 5월 타이베이에서 연설하는 인텔 CEO 립부 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월 타이베이에서 연설하는 인텔 CEO 립부 탄. 사진=로이터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현지시간) 인텔 주가가 17% 폭락해 시가총액 460억달러(668900억 원)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인텔에 90억 달러(13조원) 규모 지원을 약속한 뒤 5개월간 이어진 주가 상승세가 하루 만에 무너진 것이다.

인텔은 지난 2320254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주문이 폭증했지만 생산 능력 부족으로 공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시장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고객에게 바로 보내는 하루하루 연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용 절감 위해 구형 설비 철거…AI 수요는 급증


인텔이 공급난을 겪게 된 배경에는 비용 절감을 위한 구형 생산설비 철거가 있었다. 인텔은 지난해 에메랄드 래피즈와 그래나이트 래피즈 시리즈 등 구형 데이터센터 CPU 생산에 사용하던 고가 장비를 폐기했다. 지난해 7월에는 약 8억달러(11600억원) 규모 감액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구형 제조 장비를 손실을 보고 매각한 탓이었다. 당시 진스너 CFO"더 이상 용도를 찾을 수 없는 구형 장비를 주로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 들어 오픈AI,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모델 구동에 기존 예상보다 더 많은 CPU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병렬 연산을 담당한다면, CPU는 서버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수천 개 단위 구형 CPU 주문이 쏟아졌지만, 인텔은 이미 상당한 제조 설비를 가동 중단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도 진스너 CFO"더 이상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 없어 수요가 늘어날수록 제약을 받는다""어떤 면에서는 재고로 연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현재 구형 CPU 재고가 바닥났으며,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스너 CFO"2026년에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대비 장비 지출을 상당히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타인의 반도체 분석가 스테이시 라스곤은 "수요를 활용할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주가가 분위기와 트윗으로 수직 상승했다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14A 파운드리 확정 고객 '제로'2028년 양산 목표


인텔의 구조 문제는 차세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드러났다. 인텔은 14A(옹스트롬)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확정된 외부 고객이 없는 상황이다. CEO는 실적 발표에서 2개 잠재 고객이 PDK(공정설계키트) 0.5 버전과 테스트 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확정 계약은 아니다.

윈버저는 24일 인텔이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 상반기 사이 고객들이 공급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CEO"2026년 하반기에 고객들이 어느 정도 생산 능력이 필요한지 확정 약속을 해주면, 우리가 그에 맞춰 설비 투자를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고객이 14A 공정을 선택하면 2028년께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텔은 고객 약속을 확보하기 전까지 14A 생산 능력 증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파운드리 스타트업들이 겪었던 자본 지출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보장된 생산 능력 없이 계약을 망설일 수 있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인텔은 20261분기 PDK 0.5 버전을 제공할 예정이며, 14A 공정 흐름을 단순화하고 수율 개선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EO"14A PDK는 이제 고객들이 업계 표준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리건주 D1X (공장)에서는 14A 시험 생산이 시작됐으며, 2027년 말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TSMC는 미국 공장 증설 박차…격차 확대 우려


인텔의 투자 지연은 경쟁사와 대비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미국 내 칩 제조 공장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인텔은 고객을 확보하기 전까지 신규 시설 투자를 미루면서, 경쟁사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키뱅크의 존 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14A가 아닌 18A-P 공정을 선택해 맥북과 아이패드용 보급형 칩 고객이 됐다고 분석했다. 키뱅크는 인텔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목표주가를 6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시티그룹도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올리며 목표주가 50달러를 제시했다. 시티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이 TSMC의 첨단 패키징 공급 부족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 지원도 긍정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레이딩키는 "문제가 '만들 수 있는가'에서 '상업적으로 가능한가'로 진화했다""현 단계에서는 고객 확보가 모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텔은 20254분기 매출 137억 달러(1992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20261분기 매출은 117~127억달러(17~184600억 원)를 전망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 100억 달러(145400억 원) 이상 적자를 냈다. 전임 CEO였던 팻 겔싱어가 202412월 은퇴하기 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건설한 고가 공장들은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인텔은 직원 15%를 감축하고, 유럽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했으며, 오하이오주 제조 공장 완공도 연기했다. CEO"우리는 수년간의 여정을 가고 있으며 시간과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