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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거품론’ vs ‘슈퍼사이클’ 정면충돌… 2026년 2월, 시장 지도 다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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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거품론’ vs ‘슈퍼사이클’ 정면충돌… 2026년 2월, 시장 지도 다시 그려진다

엔비디아·오픈AI ‘순환 투자’ 균열… 챗GPT 점유율 1년 만에 45%로 급락
알파벳 272조 원 ‘물량 공세’ vs 앤트로픽 ‘클로드 쇼크’에 SW 시총 441조 증발
K-반도체 영업이익 300조 시대 정조준… 코스피는 외인 5조 ‘역대급 매도’에 패닉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2026년 2월 초를 기점으로 거대한 구조적 재편기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2026년 2월 초를 기점으로 거대한 구조적 재편기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20262월 초를 기점으로 거대한 구조적 재편기에 진입했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전략적 동맹에 균열이 가고 앤트로픽의 신기술이 소프트웨어 시장을 강타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441조 원이 증발하는 등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 반면 알파벳은 1850억 달러(272조 원)라는 전례 없는 설비투자를 선언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2028년까지 이어질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순환 투자의구심과 챗GPT의 지배력 약화


지난해 9월 발표된 엔비디아의 오픈AI 1000억 달러(147조 원) 투자 계획이 사실상 멈춰 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보도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합의를 "비구속적 의향서(LOI)였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자금을 투입하면 오픈AI가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사는 '순환 투자' 구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한다.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 매출의 약 15%가 이러한 형태의 거래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오픈AI의 지배력도 흔들리고 있다. 앱토피아 자료를 보면 챗GPT의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69.1%에서 지난달 45.3%로 급락했다. 구글 '제미나이'xAI'그록'이 그 빈자리를 파고드는 가운데, 매년 5000억 달러(735조 원) 이상이 AI 설비에 투입되지만 미국 소비자의 연간 AI 서비스 지출은 120억 달러(17조 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투자 대비 수익(ROI)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클로드 쇼크가 불러온 소프트웨어 대학살

지난 3일 앤트로픽이 금융·법률 전문 클로드 코워크플러그인을 출시하자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른바 ‘SaaS포칼립스(SaaSpocalypse)’로 불리는 현상으로 하루 만에 소프트웨어 및 금융데이터 섹터에서 2850~3000억 달러(419~441조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금융데이터 전문기업 톰슨로이터(-15.83%)와 리걸줌(-19.68%) 등이 폭락세를 보였으며, 제퍼리스는 현재 소프트웨어 업종의 투자 심리를 "사상 최악"이라 평가했다. 오는 5일 출시를 앞둔 '클로드 오퍼스 4.6'100만 토큰의 문맥 처리 능력과 복수 AI 에이전트 기능을 갖춰 기존 시장 파괴력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의 272조 원 통 큰 투자와 기술적 한계


알파벳은 지난 4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1850억 달러(272조 원)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하며 메타나 아마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술적 우려는 여전하다. 최근 학계에서는 AI의 근간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구조적으로 환각(hallucination)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장문 처리 시 환각률이 75%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은 천문학적 투자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HBM4 앞세운 K-반도체와 중국 CXMT의 추격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부터 HBM4 양산을 본격화하며 2028년까지 이어질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75~300조 원, 초낙관 시나리오에서는 32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만 범용(Legacy) D램 시장에서는 중국 CXMT(창신메모리)의 도전이 거세다. 지난 5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HP와 델이 CXMT 제품 검증을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이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하느라 비워둔 시장을 CXMT가 잠식할 경우 중장기적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5000선 붕괴와 외국인 역대 최대 순매도


한국 증시는 현재 극단적인 변동성 장세에 갇혀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4214에서 지난달 말 5224까지 약 24% 급등했으나, 이달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가 급냉했다.

지난 2일 이른바 '블랙 먼데이'에 코스피는 하루 만에 5.26% 폭락하며 4949.67로 내려앉아 5000선이 무너졌다.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52조 원, 2.21조 원을 쏟아냈다. 다음 날인 3, 지수는 6.84% 반등하며 역대 최고점인 5288을 기록하는 롤러코스터장세를 연출했으나, 이는 일시적 반등에 그쳤다. 지난 5일 다시 3.86% 급락한 데 이어, 오늘(6) 오전에도 3%대 하락세를 보이며 4971선까지 밀려났다. 특히 한국형 공포지수인 VKospi(변동성지수)50을 돌파한 것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시장이 극도의 패닉 구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세와 섹터 로테이션이다. 지난 5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370억 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매물은 철저히 반도체에 집중됐다. 삼성전자(25990억 원)SK하이닉스(13820억 원) 두 종목에서만 약 4조 원 가까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반면 외국인은 반도체에서 뺀 자금을 방산과 원전주로 옮겨 담았다. 두산에너빌리티(+4210억 원), 현대로템(+1130억 원), 한화시스템(+1060억 원) 등 이른바 '·' 섹터에는 오히려 매수세가 유입되며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시장의 체력 또한 급격히 취약해졌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했고,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인 대차거래 잔고는 141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레버리지 투자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공매도와 매도 폭탄이 맞물리자 시장의 하방 지지력이 상실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5일 하루 66881억 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공격적인 섹터 교체와 수급 악화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크아웃논란과 K-반도체의 실질 체력, 거품이 아닌 수요의 질적 진화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세가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보다는 한국 시장의 과열된 레버리지 청산과 섹터 교체 성격이 짙다고 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조기 종료' 우려와 달리 실제 하드웨어 공급망 지표는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상향 조정을 거쳐 275~300조 원에 육박하며, 초낙관 시나리오에서 320조 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견조한 실적 전망의 배경에는 수요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마이크론을 포함한 메모리 3사의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은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이미 '완판'됐다. 특히 학습용 GPU 수요가 정체되더라도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단계가 본격화되면서 서버당 D램 탑재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 AI 칩향 HBM 수요가 올해 82%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근거로 시장에서는 지금의 변동성은 업황의 몰락이 아닌 HBM4로의 세대교체와 '수익성 검증'이라는 허들을 넘기 위한 성장통으로 본다.

외국인 패닉 셀링… 투자자는 정밀한 선별이 생존 열쇠


지난 5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37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 AI 산업 전반의 수익성 의구심과 한국시장의 레버리지 과열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증권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향후 투자 전략은 선택과 집중, 신중한 투자다.

첫째, ‘AI ROI(투자 대비 수익)’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 JP모건은 현재 투자 규모를 정당화하려면 연간 AI 매출이 6500억 달러(955조 원)에 도달해야 한다고 추산한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하방 압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둘째, 섹터 로테이션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외국인은 반도체를 파는 대신 방산·원전 등 실물 경기와 안보 중심의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신용거래 잔고가 30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무조건적인 AI 테마 베팅보다는 장비·소재 등 실질적인 공급망 우위 기업과 비테크 가치주로 자산을 분산하는 방어적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셋째, 공포 속의 기회를 선별해야 한다. BofA가 규정한 슈퍼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기적인 수급 충격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본질 가치 이하로 하락할 때를 대비해 HBM4의 실질적인 양산 성적표를 확인하며 대응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지금은 모든 AI 종목이 오르는 시대가 아니다. 시장의 거품이 걷히는 구간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내는 '승자'를 가려내는 정밀한 선별 전략만이 2026년 상반기 생존을 보장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