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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리카 희토류 개발에 3900억 원 투입…중국 공급망 독점 70% 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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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리카 희토류 개발에 3900억 원 투입…중국 공급망 독점 70% 벽 넘는다

미 무역개발청(USTDA), 모잠비크 ‘몬테 무암베’ 프로젝트 공식 지원…중국 의존 탈피 가속
앙골라·남아공·콩고민주공화국 잇는 ‘K-광물 벨트’ 대항마…방산·전기차 핵심 원료 자립화
2029년 아프리카 생산 비중 9% 확대 전망…미중 ‘자원 전쟁’ 최전선으로 떠오른 사하라 이남
미 무역개발청(USTDA)은 모잠비크 북부에 위치한 '몬테 무암베(Monte Muambe)' 희토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 무역개발청(USTDA)은 모잠비크 북부에 위치한 '몬테 무암베(Monte Muambe)' 희토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정부가 중국이 장악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동남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광산 개발 사업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며 공식 지원에 나섰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나이지리아 경제 매체 프리미엄 타임스(Premium Times)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 무역개발청(USTDA)은 모잠비크 북부에 위치한 '몬테 무암베(Monte Muambe)' 희토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청정에너지와 첨단 방위 산업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수급처를 다변화하여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려는 워싱턴의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독점 구조에 균열…모잠비크 희토류 거점 확보


현재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는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수치로 환산하면 중국이 약 370만 톤(t)의 생산량을 통제하는 사이 미국 기업들이 관리하는 물량은 15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첨단 무기 체계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 전반에서 미국에 큰 지정학적 위험 요소가 됐다.

이번에 미국이 지원하는 몬테 무암베 프로젝트는 영국 기업 알토나 희토류(Altona Rare Earths)가 운영을 맡고 있다. 총개발 비용은 약 2억7630만 달러(약 3900억 원)로 추산된다.

이 광산은 18년의 채굴 수명 동안 해마다 약 1만5000톤 규모의 혼합 희토류 탄산염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미 정부의 이번 지원은 해당 프로젝트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세드릭 시모넷(Cedric Simonet) 알토나 희토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 기관인 USTDA의 지원은 프로젝트의 전략적 품질과 경제적 잠재력을 증명하는 강력한 지표”라며 “안전한 희토류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높은 관심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앙골라에서 콩고까지…아프리카 전역으로 뻗는 ‘미국 자원 동맹’

미국의 자원 외교는 모잠비크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앙골라에서는 영국 기업 펜사나(Pensana)가 추진하는 '롱곤조(Longonjo)' 희토류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수출입은행(EXIM)으로부터 최대 1억6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미국의 주요 협력 대상이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투자사 테크멧(TechMet)과 손잡고 '팔라보라(Phalaborwa)' 희토류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중국 밖에서 진행되는 희토류 사업 중 수익성이 가장 높고 조기 가동이 가능한 사례로 손꼽힌다. 여기서 생산되는 희토류는 전기차와 녹색 에너지 기술에 직접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세계 최대 코발트와 구리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의 영향력 확대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콩고민주공화국과 전략적 광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오리온 핵심광물 컨소시엄(Orion Critical Mineral Consortium)은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입해 무탄다(Mutanda)와 카모토(Kamoto) 구리·코발트 광산 지분 4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29년 아프리카 희토류 비중 9%…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아프리카 대륙은 오는 2029년까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아프리카 광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을 선점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다만 이러한 야심 찬 계획 앞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아프리카 현지의 열악한 기반 시설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 그리고 이미 깊숙이 침투한 중국 자본과의 경쟁은 미국이 넘어야 할 산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미 정부의 금융 지원이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엄격한 규제 승인과 환경 영향 평가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는 신중한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모잠비크 지원 결정이 단순한 광산 개발을 넘어 서구권 중심의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의 자원 잠재력이 미국의 자본 및 기술과 결합하면서 글로벌 희토류 시장의 판도 변화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공급망 다변화의 실질적 과제…중국 우위와 현지 불확실성 극복이 관건


미국 주도의 아프리카 희토류 공급망 재편 노력이 실질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중국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와 현지의 구조적 위험이라는 두터운 벽을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 20년간 구축해 온 수직 계열화된 제련·가공 인프라와 비용 경쟁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채굴된 광물의 상당량이 여전히 가공을 위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이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번 지원이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아프리카 국가들이 요구하는 현지 부가가치 창출과 기술 이전을 동반한 상생 모델로 진화해야만 중국과의 속도전에서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희토류 시장의 판도 변화는 광산 확보라는 1차적 성과를 넘어, 누가 더 안정적이고 투명한 공급망 생태계를 현지에 뿌리내리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