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법률·금융 특화 '서브 에이전트' 무장… 변호사·뱅커 영역 정조준
"3시간 보고서 5분 만에 완료"… 루틴 업무 대체하는 'AI 비서' 열풍
전문 AI 업계 "신뢰·데이터 질 차원 달라" 반격… 시장 주도권 경쟁 격화
"3시간 보고서 5분 만에 완료"… 루틴 업무 대체하는 'AI 비서' 열풍
전문 AI 업계 "신뢰·데이터 질 차원 달라" 반격… 시장 주도권 경쟁 격화
이미지 확대보기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앤트로픽의 새로운 AI 도구가 법률, 금융, 마케팅 등 전문 영역에서 기존 업체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의 재무 기획 책임자 라우리 술로넨은 "AI가 내 업무를 얼마나 바꿀지 회의적이었지만, 팀원들이 3시간 걸리던 월간 실적 보고서를 AI 에이전트가 단 5분 만에 끝내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범용의 역습"… 앤트로픽, '클로드 코워크'로 전문 시장 선전포고
앤트로픽이 최근 공개한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플랫폼은 기업들이 특정 산업에 맞게 AI를 맞춤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변호사, 뱅커, 컨설턴트 등 고연봉 전문직의 업무를 자동화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 제품은 법률 계약서 검토, 데이터 시각화 등 특정 작업에 특화한 '서브 에이전트'를 배치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 특히 개별 전문 소프트웨어를 따로 구독하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 없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이미 앤트로픽과 손잡고 은행 내 주요 업무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며, 우버(Uber)와 넷플릭스(Netflix) 등도 이 모델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즉각 시장에 균열을 일으켰다. 앤트로픽의 발표 직후, AI를 활용한 자산 관리 도구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분야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은 범용 AI의 침투력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트너 2026년 시장 전망을 비롯해 최근 시장 보고서들은 전 세계 AI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26년까지 약 5886억 달러(약 8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컨설팅, 법률, 재무 등 순수 전문 서비스(Professional Services) 영역만 떼어놓고 보면, 2026~2030년 사이에 도달할 실질적 시장 가치는 1500억~2000억 달러(약 216조~289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깊이가 다르다"… 전문 AI 업계의 거센 반발과 신뢰 논쟁
범용 AI의 공세에 맞서 특정 산업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해온 기업들은 '전문성과 신뢰성'을 앞세워 방어 전선을 구축했다. 범용 모델은 일반적인 업무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규제가 까다롭고 오류가 치명적인 전문 영역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논리다.
영국 법률 AI 기업 루미넌스(Luminance)의 해리 보로빅 총괄 변호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AI가 섹터 특화 도구를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성급하다"며 "법률 업무는 복잡한 개인정보 보호, 거버넌스, 감사 시나리오를 통과해야 하며, 여기서는 일관성과 신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놀이'는 범용, '일'은 특화… 대행업체 사라진 직거래 시장 올까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AI 시장이 '범용 모델을 통한 탐색'과 '특화 모델을 통한 실전 업무'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슈퍼셀이 사용한 비즈니스 플래닝 플랫폼 피그먼트의 엘레오노르 크레스포 공동대표는 "범용 모델은 실험을 위한 매력적인 시작점이지만, 실질적인 업무에서는 고유한 데이터 구조와 워크플로를 이해하는 전문 시스템이 승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광고 산업이다. 텍스트 몇 줄로 순식간에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도구가 보급되면서, 광고주들이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AI를 활용해 광고를 만드는 '인하우스'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시간당 수수료를 받던 전통적인 광고 대행 모델에 심각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신뢰가 생명'… 금융·법률계, AI 활용 시 '책임과 검증' 가이드라인 강화
금융과 법률처럼 작은 오류가 막대한 자산 손실이나 법적 권리 침해로 이어지는 분야에서는 AI 도입 시 '결과물에 대한 인간의 최종 검토'를 필수 지침으로 삼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글로벌 금융당국은 AI가 생성한 투자 조언이나 대출 심사 결과가 특정 계층을 차별하지 않도록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단순히 결과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근거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법률 분야 역시 엄격하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는 AI를 활용해 서면을 작성할 경우, 반드시 변호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침을 강조한다. 특히 앤트로픽 등 범용 AI가 저지르기 쉬운 '환각 현상(잘못된 판례 인용 등)'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AI의 출처와 인용 자료를 별도로 검증하는 이중 잠금장치를 권고하고 있다. AI는 효율을 높이는 '강력한 보조 도구'일 뿐, 의사결정의 주체와 책임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에게 있다는 점이 지침의 요체다.
이를 보면 AI 에이전트 전쟁의 성패는 '누가 더 인간 전문가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느냐'에 달렸다. 범용 AI가 플러그인을 통해 전문성을 보완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분야의 독점적 데이터를 쥔 전문 AI가 기술 격차를 유지할 것인지에 전 세계 전문직 종사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