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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DDR5 램 32GB 가격도 76만 원 시대…중국산도 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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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DDR5 램 32GB 가격도 76만 원 시대…중국산도 저가 아니다

킹뱅크·CXMT, 삼성·SK하이닉스 제품 가격 동급 진입…'중국 메모리 저가' 기대 사실상 종료
CXMT, 전체 D램 생산의 20%를 HBM3로 전환…소비자용 공급난 장기화 전망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중국산 저가 메모리 공급'은 끝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이머와 PC 조립 수요자들이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메모리 빅3' 가격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산 D램을 주목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중국 현지 소매가가 글로벌 시장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중국산 저가 메모리 공급'은 끝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이머와 PC 조립 수요자들이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메모리 빅3' 가격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산 D램을 주목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중국 현지 소매가가 글로벌 시장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중국산 저가 메모리 공급'은 끝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이머와 PC 조립 수요자들이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메모리 빅3' 가격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산 D램을 주목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중국 현지 소매가가 글로벌 시장 수준으로 올라섰다.

IT 전문매체 Wccftech는 22일(현지 시각)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JD.com)에서 킹뱅크(KingBank)의 DDR5 32GB 메모리 모듈이 3629위안(약 76만 원)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킹뱅크는 중국 D램 1위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칩을 탑재해 만든 소비자용 브랜드다. 같은 플랫폼에서 64GB DDR5-6000 제품은 1000달러(약 144만 원)를 넘어서고 있다.

킹뱅크는 왜 싸지 않게 됐나


킹뱅크·CXMT가 저가 공세를 펴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수익 구조에 있다. 현재 전 세계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 D램에 생산 능력을 집중 배치하면서 소비자용 DDR5 공급이 전반적으로 쪼그라들었다. 공급이 줄어드니 중국 제조사도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톰스하드웨어는 최근 보도에서 "2026년 전체 메모리 칩 생산량의 70%를 데이터센터가 가져간다"는 시장 전망을 전했다. 소비자용 D램에 배분할 여유 생산 능력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다.

CXMT의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Wccftech에 따르면, CXMT는 전체 D램 생산량의 20%를 HBM3 전환에 돌릴 계획이다. 이는 웨이퍼 기준 약 6만 장 분량이다. 중국 AI 시장에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미국의 수출규제로 한국산 HBM 구매가 사실상 막힌 탓에 CXMT가 대안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CXMT는 올해 말 HBM3 양산을 목표로 42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상하이 STAR 마켓에서 준비하고 있다. 조달 자금은 HBM 전용 공정 확대와 생산라인 현대화에 쓸 예정이라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PC 제조사 장기계약 외엔 길이 없다


소비자가 값싸게 중국산 D램을 살 방법은 아직 마땅치 않다. Wccftech는 "CXMT가 소비자 시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려면 HP·델(Dell)·에이수스(ASUS)와 같은 PC 완성품 제조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맺는 방법 외에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계약 자체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모든 메모리 공급사가 AI 수요 고객을 우선하고 있어 공급 공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기술 장벽도 남아있다. Wccftech와 톰스하드웨어 보도를 종합하면, CXMT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다중 패터닝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HBM3 수율(양품률) 안정화가 넘어야 할 산이다. 톰스하드웨어는 "HBM의 가장 큰 도전은 D램 다이 생산이 아니라 적층·접합·패키징을 한 번에 성공시키는 것"이라며 "한 단계에서만 실패해도 전체 패키지를 폐기해야 해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고 짚었다.

삼성·SK하이닉스, 기회와 위협 교차


중국 소비자용 D램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부담이 없다. CXMT의 HBM3는 두 회사가 이미 양산하는 HBM3E·HBM4와 세대 차이가 4년 가까이 벌어져 있어 직접 경쟁 구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 구도는 다르다. CXMT가 중국 내 AI 인프라용 HBM 수요를 자력 충당하기 시작하면, 수출규제로 막혀 있는 한국산 HBM의 중국 시장 재진입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아울러 CXMT의 범용 DDR5 공급 확대는 삼성·SK하이닉스의 저마진 D램 부문 가격을 중장기적으로 끌어내릴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때문에 두 회사 모두 HBM·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더 빠르게 재편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