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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대란] 삼성전자 D램 몸값 '133% 폭등'…부품값 급등에 애플도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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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대란] 삼성전자 D램 몸값 '133% 폭등'…부품값 급등에 애플도 백기

SK하이닉스·삼성, HBM에 생산 올인…스마트폰·PC용 D램 공급률 60%로 추락
퀄컴·HP·델 실적 경고등…"수급 불균형 2027년까지 지속" 전문가 경고
애플도 부품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가격 인상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애플도 부품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가격 인상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 모바일용 D(LPDDR5X) 가격이 1년 새 두 배 이상 뛰었다. 인공지능(AI) 서버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공장 설비가 대거 전환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들어가는 범용 D램 공급이 급감한 결과다.

그 여파가 가장 먼저 들이친 곳은 아이폰17이다. 애플이 부품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가격 인상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 투자 과열이 소비자 가전 전반의 비용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삼성 "100% 올려라"…애플, 즉각 수용


온라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노베즈는 지난 26(현지시각) 애플이 아이폰17 시리즈용 LPDDR5X 메모리를 삼성전자로부터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가격 조정을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60% 수준의 인상안을 검토했으나,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협상 카드로 '100% 인상'을 제시했고 애플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시장 전반의 수급 불균형이 더해지면서 아이폰1712GB 모듈 실거래가는 지난해 초 30달러(43000)에서 현재 70달러(10만 원)133% 급등한 상태다. 삼성이 협상 테이블에서 제시한 '100% 인상'과 실제 시장가 상승폭(133%)이 괴리를 보이는 것은, 기존 계약 단가와 현물 시장 가격 간의 격차가 그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인 LPDDR6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향후 아이패드 등에 탑재될 이 제품의 공급가는 개당 100달러(144200)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애플 공급망 분석가 궈밍치(Ming-Chi Kuo)는 애플이 아이폰18 프로의 소비자 가격을 동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부품 하나에서만 100달러에 가까운 원가 상승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익률 방어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매출 총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산소를 다 빨아들이고 있다"


이번 메모리 수급 대란의 본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AI 서버용 HBM 생산에 설비를 총집중하면서 범용 D램 생산 비중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는 데 있다.

윌리 시(Willy Shih)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27(현지시각) 캐나다 C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를 향한 막대한 자본이 메모리 시장의 산소를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고 짚었다. 한정된 생산 설비를 고수익 HBM에 집중 투입하다 보니,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스마트폰용(LPDDR)·PCD램 생산량이 동반 감소하는 '역설적 공급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올해 2월 기준 주요 고객사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이 60%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삼성전자 메모리 출하량의 70%를 선점한 결과다.

피해는 산업 전반에 파급되고 있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는 메모리 수급 불안을 근거로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HP와 델(Dell)은 이미 기업용·소비자용 PC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콘솔 게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표준 탑재 메모리가 32GB로 높아진 차세대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Sony) 등은 신제품 가격 조정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K, 생산 확대 전쟁…그래도 2027년까지 공급 부족


메모리 대기업들도 생산 확대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 4공장(P4) 내에 HBM6세대(1c) D램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웨이퍼 생산 능력을 월 10~12만 장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Fab)의 가동 시점을 당초보다 2~3개월 앞당겨 내년 초로 조정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 36.6%를 기록하며 1년 만에 글로벌 1위를 탈환했다. SK하이닉스(32.1%), 마이크론(22.4%)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점유율 1위 삼성전자조차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에 마이크론의 D램을 절반가량 혼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HBM 쏠림이 삼성의 내부 공급망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립부 탄(Lip-Bu Tan) 인텔 CEO는 이 같은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최소 2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임 산업 전문기자 제프리 그럽(Jeffrey Grubb)"메모리 업체들이 AIHBM에 지나치게 베팅했다""AI 투자 열기가 꺾여 일반 메모리 생산으로 회귀하려 해도 공정 전환에만 수년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세 업체 모두 HBM 생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는 구조인 만큼, 범용 D램 수급 불균형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이중 충격…수출 의존도 24.4%로 역대 최고


이번 메모리 대란은 한국 경제에 이중적인 파장을 낳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HBM 특수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반도체 수출 실적을 올리는 한편, 국내 스마트폰·가전 제조사들도 부품 조달 비용 급등이라는 역풍을 정면으로 맞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반도체 수출이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4%,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하나가 국가 수출 4분의 1을 떠받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HBM 수요 폭증에 따른 단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출액 확대로 이어지지만, 범용 D램 공급 감소가 국내 전자·가전 완제품 업계의 원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아이러니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이중적이라는 점이다. AI 투자 사이클이 과열에서 냉각으로 전환되는 순간, 한국 수출 지형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의존도가 24.4%까지 치솟은 지금, 정부와 기업 모두 'AI 버블' 이후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