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루빈 합산 수주 1년새 2배 상향…에이전트 AI 시대 열리며 토큰이 '새 석유'
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4 공급망 안착이 향후 3년 수익 분수령
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4 공급망 안착이 향후 3년 수익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미 경제전문 CNBC는 황 CEO가 이날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2025년 10월 블랙웰·루빈의 수주잔고를 2026년까지 5000억 달러(약 745조 원)로 제시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목표치를 2배로 끌어올린 것이다.
에이전트 AI 시대 개막…"칩이 부족해서 못 판다"
황 CEO는 이번 GTC의 핵심 화두로 '에이전트 AI(Agentic AI)'를 제시했다. 단순 질문과 답변 챗봇을 넘어 AI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자율 에이전트 앱이 확산하면서 처리해야 할 '토큰(token)'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진단이다. 그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며, 공급 용량만 충분하다면 더 많은 토큰을 만들어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토큰이 새로운 원자재(commodity)"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4조5000억 달러(약 6711조 원)로 세계 최고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회계연도 기준 올해 1분기(2026년 2~4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7% 증가한 780억 달러(약 1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분기 연속 55%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온 유례없는 실적이다.
국내 증권업계 한 AI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추론(inference) 단계의 연산 부하가 학습(training)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이번 GTC에서 추론 시장 장악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경쟁사들의 반격 여지를 더욱 좁혔다"고 분석했다.
전력 효율 10배 높인 '루빈'…그록(Groq) 기술로 저지연 시장까지 잡는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플랫폼 'Vera 루빈'은 전력 대비 성능을 전작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보다 10배 높인 것이 핵심이다. AI 인프라 확장의 최대 병목인 전력 소비 문제를 전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다. 7개의 신규 칩과 5개의 랙 시스템, 그리고 하나의 AI 슈퍼컴퓨터를 통합한 Vera 루빈 NVL72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클라우드에서 첫 운영에 들어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12월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IP(지식재산) 자산을 매입한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기술을 결합한 '그록 3 LPU(언어처리장치)'의 공개다. 그록은 구글의 TPU(텐서처리장치)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이 2016년 창업한 회사로, 초저지연 AI 추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황 CEO는 256개의 LPU를 탑재한 전용 랙 '그록 3 LPX'를 공개하며, 이를 루빈 NVL72 시스템과 나란히 배치할 경우 루빈 단독 대비 와트당 토큰 처리 성능이 최대 35배까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루빈 GPU가 고처리량(High Throughput) 연산을 맡고, 그록 LPU가 초저지연(Low Latency) 토큰 생성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 설계다.
자율주행·로봇…현대차·기아·BYD·닛산이 엔비디아 생태계로
황 CEO는 피지컬 AI 영역으로도 공세를 확장했다. 우버(Uber)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오는 2027년 상반기 미국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북미·유럽·호주·아시아 등 4개 대륙 28개 도시에 엔비디아 드라이브 AV(DRIVE AV) 소프트웨어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차량단(fleet)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의 엔비디아 생태계 편입도 가속화하고 있다. BYD·지리(Geely)·닛산·이스즈(Isuzu) 등이 엔비디아의 레벨 4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을 공식 채택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별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엔비디아 측이 밝혔다. 라이드헤일링 업체 리프트(Lyft), 볼트(Bolt), 그랩(Grab)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에 합류했다.
2027년 '카이버(Kyber)'…삼성·SK하이닉스에 기회이자 과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엔비디아의 차차세대 아키텍처 '카이버(Kyber)'에 집중된다. 황 CEO는 이날 수평 배열을 수직으로 전환해 밀도를 극대화한 144 GPU 통합 설계를 선보이며, 이를 2027년 출시 예정인 '루빈 울트라(Rubin Ultra)'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추가로 2028년에는 새 GPU·LPU·CPU(로사·Rosa)를 통합한 '파인먼(Feynman)' 아키텍처 로드맵도 처음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초격차 가속화 전략은 국내 메모리 업계에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엔비디아 공식 발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베라 루빈 GPU에 탑재하는 HBM4(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의 핵심 공급처로 확인했다. 베라 루빈 GPU는 초당 22테라바이트(TB/s)의 메모리 대역폭을 구현하는 HBM4를 탑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루빈에서 루빈 울트라, 파인먼으로 이어지는 공격적 세대 전환 주기를 예고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순한 용량 확대를 넘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맞춤형 HBM 설계 역량을 매 세대마다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1조 달러 수주'라는 숫자가 실현되려면 결국 HBM 공급망의 안정성과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전제 조건이다. 엔비디아가 GTC 2026에서 그린 청사진은 AI 혁명의 수혜가 GPU 설계사 한 곳에 집중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메모리·패키징·냉각에 이르는 전후방 생태계 전체가 동반 성장하는 새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루빈 공급망의 핵심 고리를 유지하느냐 여부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향후 3년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