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란이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하루 약 1억4000만 달러(약 2086억 원)의 석유를 수출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 원유 시장의 추가 불안을 막기 위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FT는 이같이 전했다.
◇ 미국 “시장 공급 위해 이란 원유 선적 묵인”
FT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원유 선적을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선박들이 이미 해협을 빠져나가고 있고 우리는 세계 공급을 위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클레르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약 2400만배럴의 이란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란은 걸프 해역에서 유조선을 향해 공격을 가하며 다른 국가 선박의 통과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란 원유를 실은 선박들은 통과가 허용되고 있어 이란이 해협 통제를 활용해 원유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유가 급등 속 하루 1억4000만 달러 수익 추정
이 같은 공급 차질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약 14만9000원)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 상승이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또 이란이 최근 인도 선박과 일부 중국 선박의 해협 통과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자연스럽게 해협을 일부 개방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세계 시장 공급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동시에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러시아 원유 제재도 완화한 상태다. 이 조치는 중국 정유사들의 원유 구매 경쟁에서 이란 원유와 러시아 원유 간 경쟁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워싱턴에서는 이란의 석유 수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전략가는 “전쟁이 더 확대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라는 요구가 백악관에서 더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하르그섬 장악 주장도…“미군 상륙 시 위험”
미국은 지난 15일 하르그섬에 있는 시설 90곳 이상을 공격했지만 석유 인프라는 의도적으로 타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에서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압박하기 위해 카르그섬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도런 연구원은 “카르그섬을 장악하면 이란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 해병대가 섬에 상륙할 경우 이란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이전 이란은 하루 최대 약 40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며 걸프 지역 밖으로 물량을 빼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에는 하루 약 150만~160만배럴을 유조선에 선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물량은 미국 제재 때문에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약 10달러(약 1만4900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란의 실제 석유 수입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클레르의 자샨 프레마 분석가는 “최근 수출 규모는 지난 1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며 미국의 공격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사용하는 유조선 대부분이 최대 2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보르텍사의 클레어 정먼 분석가는 최근 카르그섬에서 선적된 유조선 13척 가운데 7척이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제재 회피용 선박이라고 말했다. 이 선박들은 항로를 숨기고 서방 보험 없이 운항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반한다.
정먼은 최근에는 이란 국영석유회사 선박이 더 많이 선적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그림자 선단 선박들이 미군 공격 위험을 우려해 항구 정박을 꺼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은 중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중국의 소규모 독립 정유사들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할인된 가격에 이란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FT는 전쟁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란의 원유 수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날 런던 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1달러(약 15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