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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의 거대한 변신… 도로 대신 ‘에너지·공급망’에 사상 최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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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의 거대한 변신… 도로 대신 ‘에너지·공급망’에 사상 최대 투자

2025년 투자액 2135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 석유·가스 프로젝트 3배 폭등
이란 전쟁 속 ‘자원 안보’ 사활… 美 원조 삭감 틈타 ‘글로벌 사우스’ 장악력 확대
중국 국영 석유 대기업 시노펙은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에 정유소를 건설하기 위해 37억 달러를 투자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영 석유 대기업 시노펙은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에 정유소를 건설하기 위해 37억 달러를 투자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BRI)’가 단순한 도로·교량 건설을 넘어 에너지 자원 확보와 공급망 통제를 위한 ‘에너지 실크로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발 원유 수송에 비상이 걸리자,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석유·가스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각) 호주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와 중국 복단대학교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투자 및 건설 계약액은 시진핑 주석이 구상을 제안한 2013년 이후 최대치인 2135억 달러(약 318조 원)를 기록했다.

◇ ‘에너지 안보’가 1순위… 석유·가스 투자 715억 달러로 폭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투자액 중 에너지 부문이 4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화석 연료에 대한 집중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에너지 투자액 939억 달러 중 석유와 가스 부문이 715억 달러를 차지했다. 이는 2024년 기록의 3배 이상으로,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을 타개하려는 중국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중국 국영 석유사 시노펙(Sinopec)은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에 37억 달러를 투입해 정유소를 건설 중이다. 부채 상환 문제로 99년간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간 이 항구는 이제 중국의 인도양 에너지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재생에너지도 ‘역대 최고’… 사우디 등 ‘그린 에너지’ 동맹 강화


중국은 화석 연료뿐만 아니라 미래 에너지 패권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역대 최대인 18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석유 의존 경제 탈피를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으로부터 52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이는 중국의 자본과 사우디의 입지가 결합한 ‘그린 에너지 동맹’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 미국의 공백 파고드는 ‘자원 외교’… 아프리카가 최대 격전지


지역별로는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가 전체 투자의 37%를 차지하며 중국의 최우선 타깃이 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원조를 삭감하고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폐쇄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사이 중국은 그 공백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중국화학공학그룹은 나이지리아에서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가스 시설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전격 폐지하며 경제적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야스유키 토도 와세다대 교수는 "서방과의 관계가 어려워진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와의 관계 강화로 전환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들이 미국보다 중국이 더 큰 경제적 실익을 제공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 산업 정책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공격적인 에너지 인프라 선점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잠재적인 위협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에너지 시설 운영권을 장악할 경우, 향후 한국 기업들의 자원 도입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협력하는 '한국형 자원 외교' 모델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대일로 국가들이 중국 중심의 에너지 표준을 채택할 경우, 한국의 관련 장비 및 솔루션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동남아 및 중동 지역의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우리만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기술 이전을 매개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밀착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에너지 안보 동맹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실리적인 자원 확보 루트를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