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산수유가 핀 걸 보니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산수유 가지에 꽃망울을 터뜨린 봄볕의 따사로움은 단순한 기온의 변화라기보다는 초록 생명의 기척을 알리는 엄숙한 초대장과 같다. 발견(發見)은 찾지 못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물, 사실, 현상을 찾아내는 일이다. 아직은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지 않아서 세상의 풍경은 조금은 거칠고 황량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생동하는 봄의 기운과 꽃의 희망을 발견해내는 것이 시인의 소명이다. 그런데도 이제야 산수유꽃을 본 나의 게으름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부끄러운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모든 꽃은 발끝으로 선다/ 다른 꽃보다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옷자락 잡아당기는/ 어둠보다 높이 서기 위해/ 무채색의 세상에/ 자기 가슴 물들인 색으로/ 저항하기 위해/ 꽃으로 핀다는 것은/ 톱니 모양 잎사귀의 손을 뻗어/ 불확실한 운명 너머로/ 생을 던지는 자기 혁명 같은 것/ 모든 꽃은 발끝으로 선다/ 마음 자락 끌어내리는/ 절망보다 높이 서기 위해/ 다른 꽃들을 향해 얼굴 들고/ 자기 선언을 하기 위해” -류시화의 ‘꽃의 전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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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시인의 말처럼 모든 꽃은 발끝으로 서지만 다른 꽃보다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 자락 끌어내리는 절망보다 높이 서기 위해, 무채색의 세상에 자기 가슴 물들인 색으로 자기 선언을 하기 위해서 피어난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산수유꽃과 마주치며 나의 게으름을 자책도 했지만 틈틈이 꽃을 찾았다. 눈 속에 피는 복수초를 비롯해 노란 꽃다지와 흰 냉이꽃, 회양목의 작은 꽃도 보았다. 천지의 기운이 음에서 양으로 바뀌는 봄은 생명의 빛이 곳곳에 차오르는 절기다. 땅속의 뿌리들은 캄캄한 흙 속을 더듬어 물과 자양분을 취하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씨앗들은 언 땅을 밀어 올리며 새싹을 내민다.
볕바른 언덕에 초록 새싹을 꽃처럼 내민 비비추를 보면 까닭 모를 희망으로 가슴이 뛴다. 마른 풀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활짝 웃는 민들레를 발견했을 때 야릇하게 설렘은 봄이라는 계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꽃나무 가지들은 짧은 봄밤을 아쉬워하며 서둘러 꽃을 피운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또 다른 꽃의 세상이 펼쳐지는 봄날이다. 무채색의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저마다의 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의 전언을 받아 적기에 봄날은 너무 짧기만 하다.
글을 쓰다가 잠시 생각을 멈추고 창 너머로 눈길을 주었더니 아파트 화단에 백목련이 핀 게 눈에 들어왔다. 어제만 해도 새 부리 같은 꽃봉오리가 부푸는가 싶었는데 그새 꽃잎을 열어 젖혔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백목련 나무를 찾아갔다. 꽃은 기다려주지 않으므로 처음 발견했을 때 맘껏 보고 즐기는 게 상책이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이내 지기 때문이다. 백목련의 흰빛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나를 이끌며 때 묻은 마음을 정화하며 팍팍한 삶에 윤기를 더해준다. 한참을 백목련 꽃나무 아래에서 서성였다. ‘괜찮아, 너도 꽃 피워 봐’ 꽃의 전언을 가슴으로 받아 적으며….
이미지 확대보기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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