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유니콘 스파이버 사적정리 돌입, 손정의 회장 장녀 신설법인에 사업 양도
엔저와 고물가 속 양산 실패가 초래한 데스밸리, 기술 중심 경영의 한계 노출
카와나 대표 체제의 마케팅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스파이버 재건의 핵심 관건
엔저와 고물가 속 양산 실패가 초래한 데스밸리, 기술 중심 경영의 한계 노출
카와나 대표 체제의 마케팅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스파이버 재건의 핵심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일본 경제신문(NIKEI)의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스파이버는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 전체를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의 장녀 카와나 마야(川名麻耶) 대표가 설립한 신설법인 ‘크레인(CRANE)’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
한때 기업가치 1700억 엔(약 1조 6000억 원)을 호가하던 일본 대표 혁신기업이 창업 19년 만에 경영권을 내려놓게 된 배경에는 ‘기술의 함정’과 ‘자금 조달의 무리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엔저가 삼킨 ‘인공 단백질’의 꿈… 400억 엔 부채의 역습
스파이버의 침몰은 기술력 지상주의가 시장의 냉혹한 경제 논리에 부딪힌 결과다. 지난 2007년 게이오기주쿠대학교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석유 대신 미생물 발효 단백질로 섬유를 만드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제 수익 모델 구축은 험난했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파이버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한 ‘사업가치 증권화’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400억 엔(약 370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았다.
문제는 양산 체제 구축 과정에서 발생했다. 미국 공장 설립 등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진행되는 와중에 기록적인 엔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며 투자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폭증했다.
결과적으로 생산 단가를 맞추지 못한 채 적자가 누적됐고, 지난해 말 기준 약 280억 엔(약 2600억 원)의 특별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 담보 대출은 성장이 멈추는 순간 가장 가혹한 상환 압박으로 돌아온다”며 “올해 말 도래하는 400억 엔의 상환 기한이 사적 정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손정의 DNA’ 이식하는 스파이버… 경영진 전면 교체와 조직 슬림화
기존 창업자인 세키야마 카즈히데 대표와 수가하라 준이치 이사는 경영권을 내려놓고 기술 자문 역할로 물러난다.
업계에서는 이번 처방을 ‘기술 중심 조직’에서 ‘수익 중심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으로 보고 있다.
일본 투자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의 장녀가 등판했다는 점은 단순한 자금 지원 이상의 상징성이 있다”며 “버버리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슬림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각되는 ‘첨단기술’ 투자 심리… 제2의 스파이버 나오나
스파이버의 몰락은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에 ‘연구개발(R&D) 유니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거액의 자본이 투입되는 하드웨어 및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상용화 단계를 넘어서지 못할 경우, 유동성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연구개발형 기업에 대한 건당 평균 투자액은 늘고 있지만 투자 심사는 더욱 깐깐해지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향후 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 몸값 산정과 추가 펀딩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파이버는 ‘꿈의 기술’을 보유하고도 ‘제조의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고꾸라졌다. 새로 출범할 법인은 부채 탕감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를 노리겠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와나 대표가 이끄는 ‘뉴 스파이버’가 손정의 식 공격적 마케팅과 철저한 수익 관리를 결합해 바이오 섬유의 대중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전 세계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