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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트럼프 꼭두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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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트럼프 꼭두각시

연준 FOMC 차기 의장 케빈워시 누구?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꼭두각시라는 말이 있다.자신의 생각이나 의지가 없이 다른 이의 조종 대로 움직이는 물체 또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이다. '나무, 종이, 흙 등으로 만든 인형을 사람이 뒤에서 조작하여 연출하는 인형극의 인형을 의미한다. 자신의 주관이나 의지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영어로는 'puppet'이다.

꼭두각시의 어원을 추적해보면 앞 대목 '꼭두'는 몽골어 godor(고도르)가 중국어 郭禿(궈투)로 음역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곡독, 곡둑, 곡도, 꼭둑, 꼭두 같이 바뀌었다는 '외국어 유래설'이 일반적이다. 우리말에서 '꼭두'가 '윗 부분', '가장 빠른 때' 등을 이른다. 꼭두새벽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가장 윗부분'을 뜻하는 '꼭대기'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또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의미하는 환상적인 존재나 귀신을 '꼭두'라 부르기도 하였으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형상을 뜻하기도 한다. '각시'는 젊은 여성이나 새색시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젊은 여성의 형상을 한 인형'만을 지칭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인형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형을 통칭하는 용어로 변해 왔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의미하는 환상적인 존재나 귀신을 '꼭두'라 부르기도 하였으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형상을 뜻하기도 한다.

고대 셈족의 '우가리트(Ougarit) 신화'에 나오는 '구스'(gdš)라는 말이 인형을 가리키는 집시말 '쿠클리'(kukli), 인도말 '쿠쿨라'(kukula), 중국말 '곽독'을 거쳐, 한국말 '꼭두', 일본말 '구구쓰'(クグツ)로 옮겨 왔다는 설도 있다. 인형극계에서는 흔히 공연을 위한, 사람에 의해 조종되는 물체를 이르는 말로도 쓴다. 인형과 비슷하지만 인형의 사전적 의미와 구분하고 공연을 위한 물체(object)를 포함하여 사람 모양의 장난감을 일러 '인형'(doll)과 대비하여 '꼭두'(영어: puppet)라고 이른다. '한자로는 괴뢰(傀儡)라고 쓴다. 북한 괴뢰 또는 괴뢰정부라고 할 때의 괴뢰란 주체성 없이 강대국 지시만 따른다는 의미이다.

이 단어가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게 된 배경에는 조선시대 민속극인 '꼭두각시 놀음'이 있다.남사당패의 공연: 조선시대 유랑 연예인 집단인 남사당패가 공연하던 인형극으로, '덜미'라고도 불린다. 극 중 주인공인 '박첨지'의 본처 이름이 바로 '꼭두각시'이다. 극의 내용 중 박첨지가 첩을 얻자 꼭두각시가 질투하고 갈등하는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인형은 조종자의 손길과 실의 움직임 없이는 스스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이러한 특성이 배후 세력의 의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처지와 흡사하여, 오늘날 비판적인 비유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꼭두각시'는 역사적으로 외래 문화와 우리말이 섞여 만들어진 단어이며, 민중의 애환이 서린 전통 인형극을 통해 그 의미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내정된 케빈 워시가 꼭두각시 논쟁에 휘말려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공화당원이라면 케빈 워시의 지명에 찬성해서는 안 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양말 꼭두각시(Sock puppet)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향해 던진 말이다. 이 서슬 퍼런 일갈은 금융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워런 의원은 단순히 그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워시라는 인물이 중앙은행의 수장이 되는 것 자체가 ‘부패와 경제적 재앙으로의 초대장’이라고 규정했다.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수호해야 할 연준 의장 자리에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대리인을 앉히는 것은 민주주의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경고다. 이 ‘꼭두각시’ 논란의 이면에는 워시의 화려한 배경과 권력 지향적 행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엘리트 카르텔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케빈 워시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제국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 가문의 상속녀인 제인 로더(Jane Lauder)와 결혼하며 미국 내 손꼽히는 재벌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 그의 장인은 세계유대인회의(WJC) 의장이자 에스티 로더의 후계자인 로널드 로더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강력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금수저’와 ‘유대인 엘리트’라는 배경은 그가 연준이라는 공적 기구의 수장이 되었을 때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낳는다.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재벌 가문의 일원이 평범한 시민들의 고통인 ‘물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워런 의원은 청문회에서 “워시가 의장이 된다면 트럼프가 자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동료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데 연준의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도록 방치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즉, 그가 가진 유대인 엘리트 네트워크가 공적 정책을 특정 계급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워시의 경력은 ‘정치적 발탁’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건스탠리에서 M&A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를 거쳐, 2006년 만 35세라는 역대 최연소 나이로 연준 이사에 임명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연준 이사가 경제학 박사 학위(PhD)를 가진 학자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법학 전공자인 그가 임명된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전문성 부족’과 ‘낙하산 인사’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의 ‘네 명의 무스케티어(사총사)’ 중 한 명으로 불리며 위기 대응의 전면에 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행보는 철저히 대형 은행 중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쏟아부은 공적 자금이 결과적으로 그가 몸담았던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살리는 데 집중되었다는 사실은 그를 ‘시민의 파수꾼’이 아닌 ‘금융 자본의 기술적 대리인’으로 각인시켰다. 전문성보다는 인맥과 정치적 충성심으로 무장한 엘리트라는 이미지는 그를 향한 꼭두각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토양이 되었다.

의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지점은 워시의 정책적 일관성 결여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강력한 ‘매파’로서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하자, 워시는 돌연 태도를 바꿔 연준의 긴축 기조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워런 의원은 이를 두고 “워시는 자신의 경제적 철학이 아니라,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자신의 노래를 바꾸는 가수와 같다”고 꼬집었다. 청문회에서 워런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당신은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명령한다면 이를 거부할 배짱이 있는가”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워시는 “절대적으로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그가 제출한 답변들은 구체적인 경제 데이터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그가 1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재벌 가문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이 어떻게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겠느냐”며 그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워시가 연준 의장 후보로 다시 부상한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성파 기용’ 전략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으며, 자신의 경제 기조를 충실히 집행할 ‘예스맨’을 찾고 있다. 워시는 평소 연준의 폐쇄성을 비판하며 대통령과의 소통과 시장 신호에의 민감한 반응을 강조해 왔는데, 이는 중앙은행을 백악관의 통제 아래 두려는 트럼프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한다.워런 의원이 “그는 대통령의 손에 끼워진 양말 인형”이라고 비판한 이유는, 워시가 가진 세련된 언어와 엘리트적 논리가 결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포장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의장이 된다면, 연준은 더 이상 독립적인 경제 기구가 아니라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닦아주거나 특정 세력의 부를 증식시켜 주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케빈 워시를 향한 ‘꼭두각시’ 논란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미국 경제의 심장인 연준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침식당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풍경이다. 그가 유대인 재벌 가문의 일원이며, 정치적 수혜를 입어온 엘리트라는 점은 그의 정책적 판단이 독립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엘리자베스 워런의 경고처럼, 중앙은행가가 권력의 의중에 영합하여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순간 경제의 신뢰는 모래성처럼 붕괴된다. 케빈 워시가 과연 ‘금수저 꼭두각시’라는 오명을 씻고 독립적인 중앙은행가로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만약 그가 다시 연준의 수장으로 복귀한다면, 그가 내릴 금리 결정의 향방은 그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은 그가 트럼프 권력의 줄에 매달린 인형인지, 아니면 스스로 걷는 파수꾼인지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