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리프모터, 올 하반기 스페인 공장서 B10 전기 SUV 첫 양산
오펠 전기 SUV 공동 개발·마드리드 공장 합작 이전 검토… 협력 전방위 확대
오펠 전기 SUV 공동 개발·마드리드 공장 합작 이전 검토… 협력 전방위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각) 프랑코-이탈리아 자동차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중국 전기차 제조사 리프모터(Leapmotor)가 스페인 두 공장에서 전기차를 공동 생산하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판매 합작법인 위주이던 양사의 협력이 제조 영역까지 확장된 것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유럽연합(EU) 관세를 정면으로 우회하는 전략이다.
스텔란티스가 지난해 하반기 자체 전기차 개발 축소와 함께 220억 유로(약 37조 999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상 차손을 계상한 뒤 내놓은 실질적 반전 카드라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사라고사 공장, 올 하반기부터 리프모터 B10 첫 생산
스텔란티스는 스페인 사라고사 인근 피게루엘라스(Figueruelas) 공장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리프모터 B10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시작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1982년 개장 이후 오펠 코르사(Opel Corsa)를 1000만 대 넘게 찍어낸 스텔란티스의 핵심 유럽 생산 거점이 이제 중국 전기차 플랫폼을 품게 됐다.
리프모터 글로벌 품질 총괄 딩 윈페이는 B10 생산이 오는 8월 시작되며 연간 최대 4만 대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2027년에는 B05, A10, A05 등 전기차 3종이 추가돼 사라고사 공장에서 최대 4개 차종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라고사 공장에는 두 차종을 위한 신규 생산 라인이 추가될 예정이다. 리프모터 B10은 올해 안에 생산이 시작될 수 있으며, 오펠 브랜드의 새로운 전기 C-SUV는 오는 2028년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
오펠 최고경영자(CEO) 플로리안 휘틀(Florian Huettl)은 자신의 링크트인(LinkedIn) 계정을 통해 "새 모델은 리프모터 인터내셔널(LPMI)의 전기 아키텍처와 배터리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삼고, 오펠의 디자인과 섀시 엔지니어링을 결합한 차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펠은 이 모델을 2년 이내에 개발 완료하며, 확대 파트너십에서 탄생하는 첫 번째 공동 개발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 CEO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계획은 유럽에서 전기차의 세계 수준 제조와 현지화를 뒷받침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앞으로 더 폭넓은 협력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U 관세 벽 넘고 유휴 공장 살리고… 양사 이해 맞아떨어져
이번 협력의 핵심 동력은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다. 리프모터의 B10 사라고사 생산은 유럽 내에서 리프모터 모델이 현지 제조되는 첫 사례가 된다.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EU 관세를 피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이다.
가격 파괴력은 이미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리프모터 B05(해치백)는 현재 사라고사 공장에서 생산돼 이탈리아 기준 2만 6900유로(약 4640만 원)부터 판매 중이다. 이는 같은 시장에서 폭스바겐 ID.3보다 9600유로(약 1650만 원), 르노 메간 E-테크보다 1만 1450유로(약 1970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스텔란티스는 또 오는 2028년부터 마드리드 공장(빌라베르데)에도 리프모터 신규 모델을 배정하고, 해당 공장 소유권을 LPMI 합작법인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PMI는 스텔란티스가 지분 51%, 리프모터가 49%를 보유한 합작법인으로, 스텔란티스가 2023년 리프모터 지분 21%를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부품 조달 분야에서도 협력이 깊어진다. 양사는 LPMI를 통해 부품을 공동 구매해 중국 신에너지차(NEV) 생태계의 원가 경쟁력을 활용하는 한편, 유럽 공급망으로 공급 안정성과 신규 모델 출시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공급망 구축도 병행된다.
리더 오토모티브(Lieder Automotive)는 보르하(Borja)에 B10 섀시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오는 7월 가동을 목표로 14개 생산 라인과 로봇 130대를 갖추고 약 170개 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유럽 현지생산' 중국차, 현대·기아 유럽 전략에 직격탄
로이터통신은 이번 딜이 "유럽과 중국 자동차 업체 사이에서 유사한 협력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프모터 외에도 중국 샤오펑(Xpeng)과 광저우자동차(GAC)가 이미 오스트리아 마그나(Magna) 공장에서 유럽 현지생산 체계를 갖춘 상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협력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생산 효율화가 시급한 다른 유럽 제조사들도 유사한 중국 파트너십 구조를 도입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간판은 유럽, 기술은 중국'이라는 이 새로운 구조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공들여 쌓아온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유럽에서 EV3, 코나 일렉트릭 등 소형 전기차로 점유율을 늘려가는 한국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EU 관세를 면제받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우는 '유럽산 중국 전기차'가 가장 까다로운 경쟁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이번 발표는 스텔란티스가 오는 21일 내놓을 새 사업 계획에 앞서 시장에 보내는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자체 전기차 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대신, 중국의 전기차 기술과 유럽 생산 인프라를 결합해 비용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방향 전환이 구체화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