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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산업의 역설… '건강 수명' 늘리려다 '은퇴 자산'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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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산업의 역설… '건강 수명' 늘리려다 '은퇴 자산' 갉아먹는다

1분기 글로벌 투자 56% 급증… 의료 보험 제외된 고가 검사, 자산 조기 고갈 변수로
생물학적 나이 근거한 은퇴 설계 필요… 무분별한 바이오해킹 지출은 재정 리스크 키워
건강 수명을 늘리려는 조기 검진과 첨단 기술로 내 몸을 더 좋게 바꾸는 활동인 바이오 해킹이 역설적으로 은퇴 자산을 갉아먹는 '장수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건강 수명을 늘리려는 조기 검진과 첨단 기술로 내 몸을 더 좋게 바꾸는 활동인 바이오 해킹이 역설적으로 은퇴 자산을 갉아먹는 '장수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건강 수명을 늘리려는 조기 검진과 첨단 기술로 내 몸을 더 좋게 바꾸는 활동인 바이오 해킹이 역설적으로 은퇴 자산을 갉아먹는 '장수 리스크'로 부상했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22(현지시각) 보도에서 전 세계적으로 고가 첨단 검사와 의료기기를 활용한 장수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가들과 투자 회사가 데이터 기반 장수 의학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은퇴 재무 설계의 전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빅테크 센서와 고가 멤버십의 결합… 도약하는 장수 생명공학


장수 기술업계 전문지인 론제비티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261분기 장수 생명공학 분야 총 투자 유치액은 374000만 달러(한화 약 566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 급증한 수치다. 벤처캐피털 프라임타임 파트너스는 치매 예방과 신체 기능 증진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다.
시장 전반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소비자 주도형 진단 검사 시장 규모가 4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까지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검사 기업 퀘스트 디자이노스틱스는 소비자 웹사이트에서 두 자릿수 재구매율을 기록 중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기술의 대중화에 주목한다. 가민이나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는 수면 무호흡증과 심장 박동 이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온라인 의료 플랫폼 힘스앤허스는 연간 349달러(52만 원)에 맞춤형 생체 지표 검사를 출시했다. 반면 미국 플로리다의 라덴스 같은 엘리트 멤버십 병원은 연간 5만 달러(7575만 원)의 비용으로 전신 영상 촬영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제공해 시장은 초고가와 대중화로 양분된다.

임상 근거 부족한 바이오해킹… 규제 공백 속 위양성 불안감 키워


급격한 자금 유입과 비교해 과학적 근거의 축적 속도는 더디다. 장수 의학은 공식 전문의 분과로 인정받지 않았다. 미국 건강 및 수명 연구 학회 회장인 니르 바르질라이 박사는 "많은 발전과 지식이 축적됐으나, 검증되지 않은 소음은 10배나 더 많다"고 진단했다. 아마존에서 유통되는 에피탈론, BPC-157 같은 장수 펩타이드 제품은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장기적 효능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건강보험 시스템과의 괴리도 문제다. 미국 건강보험협회(AHIP)는 상당한 임상적 이점이 증명되지 않은 실험적 치료나 단순 예방 목적의 검사는 보장하지 않는다. 고가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이나 액체 생검 암 검사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치료가 필요 없는 이상 소견까지 잡아내는 위양성 결과를 초래해 불필요한 후속 검사 비용과 과도한 불안감만 유발한다.

이러한 위양성에 따른 추가 검사와 시술 비용이 수년간 반복되면 의료비는 은퇴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현금 유출 항목으로 부상한다. 국내 대형병원 종합검진센터 관계자는 "최근 초고가 유전자 검사나 전신 스캔을 요구하는 자산가들이 늘었으나, 과도한 진단이 불필요한 시술이나 심리적 공황으로 이어져 추가 비용을 유발하는 역효과가 빈번하다"고 귀띔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표가 더 명확한 기준이 된다고 조언한다. 맞춤형 의료 네트워크 MDVIP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안드레아 클레메스 박사는 "임상 연구에서 노년층 수명과 직결되는 악력 검사나, 심장마비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는 미엘로페록시다제 효소 검사처럼 실행 가능한 지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나이 기반의 노후 자산 설계… 투자자가 주목할 3대 지표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와 예상 수명을 정밀하게 추정하는 작업은 재정 관리 관점에서 실질적인 이점을 준다. 혈액·유전자·후성유전학 기반 시계 등 정밀 지표들이 수십 년 단위의 대략적 추정에 그친다는 한계는 있으나 자산 설계의 나침반 역할은 가능하다.

노화 속도가 느려 예상 수명이 길어진 사람은 인출률을 낮추고 연금 수령을 늦추며 성장자산 비중을 더 유지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중대 질병 가능성이 높아 수명이 짧아질 조짐이 보인다면 연금을 조기 수령하고 의료비 계정을 별도 적립하며 조기 상속·증여 등 앞당기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만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 수명의 약 50%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기존에 10% 미만으로 추산돼 왔던 가계도 연구 결과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타고난 유전적 한계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매년 수백만 달러를 바이오해킹에 쓰는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가 브라이언 존슨도 "장수의 비결은 돈이 아닌 행동 변화에 있다"고 인정했다. 일상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한 질병 발생률 감소 효과는 연구들에 따르면 최대 50%에 이른다. 국내 자산관리(WM) 전문가들은 장수 리스크가 자산 포트폴리오의 생존 기간을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한다.

장수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서 일반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가 은퇴 전략 및 비즈니스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추적해야 할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빅테크 웨어러블 기기의 생체 센서 고도화 및 FDA 승인 건수다. 센서의 의료기기 승인 확대는 보험 청구 및 의료 데이터 인프라와 연결되며 빅테크의 헬스케어 진입 장벽을 강화하고 관련 기업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지표다.

둘째, GLP-1 계열 의약품의 장수·노화 예방 목적 오프라벨 처방 규제 방향이다. 비만치료제를 넘어 장수와 심혈관을 묶어주는 플랫폼 약물로의 도약 여부는 바이오 헬스케어 섹터의 펀더멘털과 핵심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할 대형 변수다.

셋째, 고가 정밀 진단 플랫폼(Ezra, Prenuvo )의 서비스 단가 하락 및 대중화 속도다. 고소득층 전유물이던 검사가 중산층까지 내려와 정기 구독형 의료비로 편입되는 시점을 결정하며 장수 산업의 시장 규모와 보험 제도 편입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다.

장수 의학은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질병 없이 사는 기간인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과장 광고와 과학적 팩트를 엄격히 구분하지 못한다면 노후 자산의 조기 고갈이라는 또 다른 재정적 리스크에 직면한다. 검증되지 않은 펩타이드와 보충제에 수백만 원을 지출하기보다 혈압, 혈당, 근력 같은 기본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 장수와 자산 모두를 지키는 가장 값싼 전략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