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공정·패키징 병목이 유발한 ‘구조적 공급 제약’… 삼성·SK하이닉스 역대급 실적 전망
완제품 제조사 ‘사양 축소’ 압박… 보급형 스마트폰·노트북 공급망 전반으로 여파 확산
완제품 제조사 ‘사양 축소’ 압박… 보급형 스마트폰·노트북 공급망 전반으로 여파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12월 말까지 D램과 고속반도체기억장치(SSD)를 합친 메모리 제품군 기준 가격이 최대 130% 급등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낸드플래시 응용 제품을 포함한 복합 지표다. 일반 범용 D램 단일 품목의 경우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최대 98% 안팎의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메모리 업계 매출은 전분기보다 81% 급증한 970억 달러(약 147조 원)에 이른다.
공정·패키징 자원 흡수…범용 D램 공급 제약 가속화
이번 공급 부족 사태는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제조사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정한 결과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반도체 생산이 전 세계 D램 원판(웨이퍼) 생산능력의 약 20%를 흡수한다고 추산했다.
HBM은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구조 특성상 동일 용량 기준 웨이퍼 투입량과 공정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1기가바이트(GB) 제조에 일반 D램의 4배에 이르는 웨이퍼 면적이 소모되는 이유다. HBM 생산 확대는 직접적인 물량 전환뿐 아니라 선단 공정 전환 속도를 늦추고 첨단 패키징 자원까지 대거 흡수하면서 범용 제품 공급에 간접적인 제약을 유발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위기가 신규 공장 건설만으로 즉각 해결되지 않는 고부가 제품 중심의 병목이어서 통상적인 경기 순환 주기와 다른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쏠림 현상의 중심에는 미국 엔비디아가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대만 GTC 타이베이에서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의 양산을 선언했다. 황 CEO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만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사 모두 차세대 플랫폼에 탑재할 6세대 HBM(HBM4) 공급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오는 3분기 상업 출하를 앞둔 베라 루빈은 기존 블랙웰 대비 AI 연산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제품이다.
공급망 분석가들은 SK하이닉스가 베라 루빈용 HBM4 물량의 60%에서 70%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는 25%에서 30% 수준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마이크론이 나머지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인증 단계에 진입했으며,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HBM4 양산에 들어가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보급형 제품 사양 축소 압박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오는 2026년 D램 생산 물량 전량의 구매처를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주가 고공 행진이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삼성전자 역시 오는 12월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로 껑충 뛸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D램 계약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이상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업계와 국내 증권가에서는 국내 양대 제조사의 영업이익률이 고부가 제품 다변화로 분기마다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중급 스마트폰 제조원가의 15%에서 20%, 고급 기종의 10%에서 1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원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완제품 제조사들은 출고가를 올리거나 기기 사양을 낮추어야 하는 처지다. 프리미엄 제품군은 타격이 제한적이지만 올해 출시되는 일부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기본 D램 용량이 4GB 수준으로 후퇴할 기류가 관측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동남아 일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빈 플라스틱 칩을 정품으로 속여 파는 불법 모듈 유통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가격 고공 행진 언제까지…투자자가 주목할 3대 지표
반도체 가격의 정점 통과 시점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다수 기관은 오는 3분기부터 가격 상승폭이 둔화돼 오는 2027년께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집계된 2분기 PC D램 계약가격은 상승세가 완화되며 극단적인 판매자 우위 시장이 점차 가라앉는 신호를 보였다.
다만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술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총액이 6000억 달러(약 911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AI 투자가 지속된다면 고가 국면이 오는 2028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개인 투자자와 IT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메모리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고 계좌를 방어하기 위해 세 가지 체크포인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CAPEX) 증가율 둔화 여부다. 지출 총액보다 투자 속도의 완화 여부가 HBM 수요 지속성을 판단하는 가장 선행적인 핵심 지표다.
둘째, HBM4 첨단 패키징(CoWoS 등)의 병목 해소 속도와 수율 추이다. 후공정 병목이 풀리는 시점에 따라 범용 D램 제조선 전환 가동과 시중 공급량 정상화 타이밍이 결정된다. 아울러 HBM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의 둔화 국면 진입 여부도 제조사 수익성 정점을 판단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범용 PC D램의 현물가와 고정거래가격 간 스프레드(격차) 변동이다. 현물가가 계약가 대비 프리미엄을 유지하면 공급 부족 지속 신호이며 격차가 축소되면 단가 정점 통과 신호다.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주는 기회인 동시에 완제품 제조사에는 물가 부담을 지우는 양날의 칼이다. AI 인프라 투자 광풍의 속도 조절 여부가 향후 1~2년 동안 국내 증시 기술주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인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