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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커패시터, 막대한 수요... AI 열풍이 MLCC 가격을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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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커패시터, 막대한 수요... AI 열풍이 MLCC 가격을 올려

글로벌 AI 붐에 화창베이 MLCC 현물 가격 최대 20배 ‘폭등’… 품귀 현상 심화
AI 서버 및 전기차 전력 제어 핵심… AMD 차세대 플랫폼서 MLCC 탑재량 632% 급증
트렌드포스 “하반기 구조적 부족 직격탄… 빅테크 맞춤형 칩 확대로 수요 최고점 도달 전망”
글로벌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 붐이 몰고 온 거대한 수요 폭발로 인해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다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가격이 전례 없는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 붐이 몰고 온 거대한 수요 폭발로 인해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다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가격이 전례 없는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해 글로벌 전자부품 시장을 뒤흔들었던 주인공이 메모리 반도체였다면, 올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인 중국 선전 화창베이에서 가장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는 상품은 우표보다도 훨씬 작은 미세 부품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 붐이 몰고 온 거대한 수요 폭발로 인해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다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가격이 전례 없는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창베이의 MLCC 유통 트레이더들은 폭증하는 전 세계 AI 수요 속에서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판 위에서 전류를 일정하게 조절하고 댐처럼 전기를 저장·방전하는 MLCC는 전력 소모가 극심한 AI 서버 클러스터와 차세대 전기차(EV)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이다. 이 때문에 현물 시장의 수급 균형이 완전히 붕괴하면서 고용량 고급 MLCC 가격은 중국 설날(춘제) 이후 모델에 따라 최소 2배에서 4배가량 수직 상승했다.
일본의 업계 선두주자인 무라타 제작소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유통업자 우(Wu) 씨는 “현 시점에서 가격이 하락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인기 모델 가격 20배 폭등”…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 유통망 마비


상승세는 일부 고용량 모델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물 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다. 화창베이의 또 다른 상인 정(Zheng) 씨는 삼성전기와 중국 차오저우 삼원그룹(CCTC) 등 주요 제조사의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0805 22μF' 모델의 경우 가격이 기존 대비 무려 20배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다.

수입산과 중국 국산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 제품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한 상인은 “지난 4월부터 공장 생산량이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매일같이 심각한 재고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MLCC 시황을 두고 “역사상 가장 크고 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주기)”이라고 평가했다. 일본과 한국의 주요 탑티어 제조업체들의 수주 잔고가 이미 한계를 초과하면서, 시장에서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최신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글로벌 IT 업계가 심각한 ‘구조적 칩 부족’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전적 커패시터 전부 퇴출… AMD 차세대 플랫폼서 탑재량 632% 폭증


이처럼 MLCC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배경에는 차세대 AI 하드웨어 플랫폼의 급격한 설계 변경이 자리 잡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인보드 설계 단계에서 기존의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와 탄탈럼 커패시터를 전부 빼버리고 고성능 MLCC로 대체하면서 보드당 요구되는 부품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MI450’ 플랫폼의 경우, 특정 고급 MLCC의 사용량이 기존 보드당 1440개에서 무려 1만544개로 632% 가량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렌드포스는 구글, 아마존 웹 서비스(AWS), 메타 플랫폼스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맞춤형 AI 칩(ASIC) 생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올해 말 글로벌 MLCC 수요가 사상 유례없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빅테크가 물량 독식… 현물 시장 구매자들 ‘높은 프리미엄’ 감내해야


글로벌 거시경제 연구기관 시트리니(Citrini Research)에 따르면, 부품 제조사들이 대형 빅테크 기업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LTA) 물량을 최우선으로 배정하면서 현물 시장과 일반 유통 채널로 풀리는 물량은 씨가 마른 상태다.

이 때문에 일반 중소 IT 기업들과 도매상들은 장기화되는 출하 지연을 겪는 것은 물론, 방어적 재고 확보를 위한 이중 부킹(중복 주문)에 나서면서 유통 가격이 기본 20~40% 이상 가파르게 치솟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만 화창베이 현장에서는 문의가 쇄도하는 것과 달리, 너무 가파르게 부풀려진 몸값에 구매자들이 최종 결제를 주저하면서 실제 거래 체결 속도는 다소 둔화되는 동상이몽 현상도 관찰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과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확충 붐이 맞물리면서, 손톱보다 작은 세라믹 부품 하나가 글로벌 첨단 공급망의 생사를 쥐는 핵심 전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