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한 축에 '장비·시약 공급망' 더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미국 공급망 재편 흐름 올라타
삼성바이오·롯데바이오 '원스톱 플랫폼' 경쟁 변수…국내 소부장 업계에도 경고등
삼성바이오·롯데바이오 '원스톱 플랫폼' 경쟁 변수…국내 소부장 업계에도 경고등
이미지 확대보기2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로이터 등에 따르면, 머크의 인수가는 주당 73달러로 1개월 평균 주가 대비 36%의 프리미엄이 붙은 규모다. 이는 머크가 2014년 시그마알드리치(약 170억 달러)를 인수한 이후 10여 년 만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세포치료부터 진단까지…공급망 가치사슬 완성
바이오테크네는 신약 개발사와 연구소에 단백질, 항체, 유전자 분석 장비, 세포 배양용 핵심 시약을 공급하는 인프라 기업이다. 단백질 6000종, 항체 42만 5000종의 방대한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약 12억 달러(약 17조 4000억 원)다.
머크가 노리는 핵심 분야는 차세대 의약품인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항체-약품 접합체(ADC), 생명체의 유전 정보 전체를 한 번에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멀티오믹스(Multi-omics) 시장이다.
이번 인수로 머크는 원부자재와 배양공정에서 고도 분석 장비, 세포치료제 제조 플랫폼까지 생명과학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을 수직계열화하게 된다.
이러한 행보는 써모피셔의 솔벤텀 정제·여과 사업 인수, 다나허의 싸이티바·폴 통합 등 글로벌 기업들의 바이오공정 사슬 확장 추세와 궤를 같이하며, 지난달 취임한 카이 베크만 최고경영자(CEO)의 첫 대형 M&A이기도 하다.
왜 미국 장비·시약 업체인가
이번 인수에는 세 가지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첫째 코로나19 특수 종료 후 수요 위축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눌려 있던 침체기를 기회로 삼았다.
베크만 CEO는 이번 인수가 연구 수요가 최고조였던 2년 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저평가 국면을 활용한 전략적 저가 매수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생물보안법 등 중국 바이오 의존도를 낮추려는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미·유럽 중심 공급망에 안착할 발판을 공고히 한 것이다.
이번 거래는 규제당국 승인과 바이오테크네 주주 동의를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관건은 규제 심사로, 사업 중복은 적으나 미·중 갈등 국면 속 대형 크로스보더 딜에 대한 각국 심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K-바이오 '원스톱 플랫폼' 경쟁 비상…자체 역량 강화 과제
머크의 바이오 공급망 확장은 한국 바이오업계에 큰 과제를 던진다. 머크가 위탁개발생산(CDMO) 세계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밸류체인의 '앞단(업스트림)'인 연구·시약·배양·분석까지 한 묶음으로 쥐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단순 수탁생산보다 연구 초기부터 최종 생산까지 해결하는 '원스톱 플랫폼'을 선호할수록 생산능력 중심 CDMO의 협상력은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ADC 생산능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머크가 핵심 시약과 분석 역량을 쥐게 되어 협력과 경쟁의 양면 관계가 깊어졌다.
시러큐스 공장을 통해 미국 생산을 늘리던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미국 시장에서 머크와 직접 경쟁하게 됐다.
국내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바이오테크네의 영역은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를 추진하던 미래 먹거리와 겹치는데, 머크가 자본력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면 초기 단계인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또한 리가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등이 주력하는 ADC·세포치료제 분야에서도 머크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CDMO 경쟁이 플랫폼 경쟁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K-바이오에게 거래 종결까지 남은 약 6개월~1년은 자체 공정과 소재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