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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에 패트리엇 생산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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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에 패트리엇 생산 길 열었다

탄도미사일 방어 장기 해법 부상…당장 요격미사일 부족 해소는 어려워
2022년 5월 6일(현지 시각) 슬로바키아 즈볼렌 인근 슬리아치 공항에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5월 6일(현지 시각) 슬로바키아 즈볼렌 인근 슬리아치 공항에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주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조치다. 다만 생산시설 구축과 기술 이전, 공급망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해 당장의 방공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이하 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부대 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패트리엇 지대공 요격미사일 생산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만들 권리를 주고, 제조 방법도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이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 우크라이나의 오랜 요구 수용


패트리엇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체계 가운데 하나다. 록히드마틴의 PAC-3 요격미사일은 패트리엇 방공체계에 사용되며,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서방에서 패트리엇 체계를 지원받았지만 요격미사일 수량은 늘 부족했다. 러시아가 키이우와 주요 도시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순항미사일을 섞어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면서 방공망 부담은 갈수록 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FT와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PAC-3 요격미사일 재고가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파트너들이 구매한 패트리엇 미사일이 대규모 공격 바로 전날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 생산 라이선스를 요구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번 미국과 유럽의 공급 결정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러시아의 반복되는 미사일 공격을 안정적으로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 러시아 미사일 공세 속 방공 취약성 노출

우크라이나의 방공 취약성은 최근 공격에서도 드러났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29발 가운데 한 발도 격추하지 못했다. 이 공격으로 키이우와 주변 지역에서 28명이 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러시아가 전면 침공을 시작했을 때 우크라이나가 대량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련 시절의 대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모스크바 통제 아래 남아 있었고, 우크라이나는 독자적 방어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수년 동안 서방 파트너들에게 제기해왔고 미국의 긍정적 신호를 기다려왔다고 밝혔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요구에 대한 첫 공개적 답변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드론과 포탄, 일부 미사일 생산을 빠르게 늘려왔다. 전쟁 장기화 속에서 방산 기반을 전시 경제에 맞게 바꿔온 것이다. 하지만 탄도미사일 방어는 여전히 가장 취약한 분야로 남아 있다.

◇ “장기 신호는 크지만 즉각 효과는 제한”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라이선스가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단기 효과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스트리아 빈의 군사분석가 프란츠슈테판 가디는 이번 결정이 “무엇보다 미국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지금 겪는 가장 시급한 문제, 즉 도시를 러시아 탄도미사일로부터 지킬 요격미사일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즉각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은 단순 조립이 아니다. 탐색기, 고체연료 로켓 모터, 유도 소프트웨어, 정밀 전자부품 등 민감한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 방산업체가 이런 핵심 기술을 어디까지 공유할지도 불확실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연구원도 이번 승인이 중요한 단계이지만 많은 질문을 남긴다고 봤다. 그는 이 생산 허가가 현재 전쟁에 맞춰 제때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아니면 전후 장기 방위산업 유지에 초점을 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생산시설 방어도 과제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직접 생산하려면 생산시설을 어디에 세울지도 핵심 문제가 된다. 한 곳에 집중된 공장은 러시아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시설을 분산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러시아가 단일 타격으로 전체 생산망을 무력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산 생산은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고 품질관리와 기술 보안도 복잡해진다.

전쟁 중인 국가에서 첨단 미사일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군사적·산업적 난도가 매우 높다. 전력 공급, 숙련 인력, 부품 조달, 보안, 방공망 보호가 모두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의 방산 역량은 전쟁을 거치며 크게 성장했다. 드론과 탄약, 일부 미사일 분야에서는 빠른 생산 확대를 보여줬다. 하지만 패트리엇 PAC-3급 요격미사일은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과 공급망이 요구된다.

◇ 미국도 재고 부족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일부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국 자체 방어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수량을 보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미국의 패트리엇 재고 부족은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FT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패트리엇을 포함한 탄약을 많이 소모했다고 전했다. 중동과 유럽에서 동시에 방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 방산 공급망의 부담도 커졌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자체 생산은 미국에도 일정한 이점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일부 요격미사일을 직접 만들 수 있다면 미국 재고 부담을 줄이고, 유럽 방공 공급망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라이선스가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려면 미국 방산업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기업들에 아직 알리지는 않았지만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무기 제조업체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 우크라이나 자체 대체 미사일도 시험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자체 지대공 미사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파이어포인트는 지난 6월 초 FP-7.x 대미사일 요격체의 첫 비행시험을 실시했다.

파이어포인트 공동 창업자 데니스 슈틸리어만은 이 시험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미사일이 패트리엇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더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미사일은 이르면 8월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작전 배치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 시험 성공과 전장 운용 가능성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두 경로가 모두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이 제공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생산 능력과 대체 요격체 개발이 필요하다.

◇ 미국 지원 방식의 전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지원은 주로 완성 무기와 탄약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직접 핵심 무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과 권한을 이전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전쟁 장기화에 대응한 구조적 전환이다. 서방이 무기를 계속 보내는 방식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생산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방어를 위해 대량의 요격체를 소모한다.

우크라이나가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우면 전쟁 지속 능력은 높아질 수 있다. 동시에 전후 안보체계에서도 러시아의 재공격을 억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민감한 군사기술 이전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패트리엇은 미국과 동맹국 방공망의 핵심 체계다. 기술 유출과 러시아의 정보 획득 가능성, 생산시설 공격 위험은 미국 내에서도 신중론을 키울 수 있다.

◇ 트럼프의 대우크라이나 기조 변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이번 앙카라 회담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냈다.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단순한 친선 표현을 넘어 실질적 방산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지렛대를 키우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면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공세 효과는 줄어들고 푸틴 대통령의 계산도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패트리엇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방산 역량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발언이기도 하다.

◇ 장기 방공 독립의 첫걸음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생산 라이선스가 실제로 부여된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방공 독립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완성 요격미사일 부족을 메우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탄도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생산시설을 짓고, 기술을 이전받고,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시설을 지켜야 한다. 미국 방산업체가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공유할지도 확인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지금 필요한 것은 오늘 밤의 공습을 막을 요격미사일이다. 생산 라이선스는 그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몇 년 단위로 전쟁과 안보를 바라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를 단순한 무기 수령국이 아니라 핵심 방공무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하는 신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과 방산 경쟁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패트리엇 생산 허가는 전장의 오늘보다 우크라이나 안보의 내일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