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데이터센터 기대가 주가 반등 변수…고평가 논란은 여전
이미지 확대보기핵심은 로켓 발사 사업이나 위성 인터넷을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옮기는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이란 지적이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9일(현지시각) 스페이스X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일부 장기 투자자에게 더 낮은 가격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력의 근거는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라 스페이스X가 AI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극심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모닝스타는 당시 스페이스X의 적정가치를 주당 63달러(약 9만5000원)로 평가했다. 이는 공모가 135달러(약 20만4000원)보다 53% 낮은 수준이었다.
◇ 고점 대비 조정, 논쟁은 계속
스페이스X 주가는 아직 공모가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장 직후 형성된 고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이는 시장이 스페이스X의 장기 성장성을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반영된 과도한 기대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페이스X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갈래다. 비관론은 현재 매출과 손실, 막대한 자본지출을 고려할 때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본다. 반대로 낙관론은 스페이스X를 단순한 우주 발사 기업이 아니라 스타링크, AI 인프라, 우주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차세대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한다.
모틀리풀은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 스페이스X가 단순히 로켓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로켓을 통해 더 큰 인프라 사업을 구축하는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스페이스X의 로켓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얘기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발사 역량을 활용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했고 이 사업은 이미 긍정적인 총마진과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는 핵심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 스타링크 다음은 우주 데이터센터
모틀리풀이 장기 성장 근거로 제시한 것은 궤도 데이터센터다. 지상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신, AI 연산 설비를 우주로 올려 전력과 토지, 물 사용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AI 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려면 막대한 컴퓨팅 용량이 필요하다. 대형언어모델 훈련과 추론, 기업용 AI 서비스, 자율주행, 로봇, 과학연산은 모두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요구한다.
문제는 지상 데이터센터가 자원을 많이 쓴다는 점이다. 대규모 토지가 필요하고, 냉각을 위해 물과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망 접속 지연, 지역 주민 반대, 환경 규제, 송전망 병목도 데이터센터 건설을 어렵게 만든다.
궤도 데이터센터는 이런 문제를 일부 우회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우주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직접 활용할 수 있고, 지상 부지와 물 사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냉각과 유지보수, 발사 비용, 통신 지연, 궤도 안전성 같은 난제가 남아 있지만, 이론상으로는 지상 데이터센터의 일부 한계를 덜 수 있다.
모틀리풀은 이 구상이 경제성과 물리적 측면에서 가능한지에 대해 전문가 의견이 갈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실제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스페이스X가 가장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 스타링크가 연결망 역할
스페이스X가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은 이미 우주 연결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망을 통해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궤도 데이터센터가 구축될 경우 이 위성망은 우주 데이터센터와 지상 중계시설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올린다고 해도 연산 결과는 지상 사용자와 기업 고객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때 지상과 우주를 잇는 통신망이 필수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와 위성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배치하고 연결하는 전 과정을 통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클라우드 사업자나 반도체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구조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은 지상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고객 기반을 갖고 있지만 자체 발사체와 대규모 위성 인터넷망은 없다. 반대로 로켓 회사들은 발사체는 보유해도 AI 데이터센터와 통신망을 결합한 플랫폼을 갖추지 못했다.
스페이스X의 장기 성장론은 바로 이 수직계열화 가능성에 기대고 있다. 로켓 발사, 위성 인터넷, AI 컴퓨팅, 우주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인프라 생태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 AI 전력난이 우주 구상 부각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난도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 접속 대기, 발전소 부족, 지역 반발이 커지고 있다.
AI 기업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를 확보해도 전력과 냉각,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가 대형화할수록 전력은 반도체만큼 중요한 병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궤도 데이터센터는 아직 실험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거론될 수 있다. 지상 전력망과 냉각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페이스X가 공개한 우주 AI 인프라 구상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스페이스X는 우주에서 AI 컴퓨팅 위성을 운영하고 스타링크를 통해 지상과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화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주식시장은 이런 장기 선택지를 기업가치에 반영한다.
◇ 고평가 논란은 여전히 부담
다만 궤도 데이터센터 기대가 스페이스X의 모든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다. 발사 비용, 운영 비용, 위성 수명, 방사선 영향, 유지보수, 우주 쓰레기, 환경 규제, 통신 지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경제성도 불확실하다.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올리려면 장비를 발사하고 궤도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고성능 AI 칩은 전력 소모와 발열이 크고 우주 환경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궤도 데이터센터는 당장 매출을 만드는 사업이라기보다 장기 성장 옵션에 가깝다. 주가가 이미 높은 기대를 반영한 상황에서 이 구상의 실현 시점이 늦어지거나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면 투자심리는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모닝스타가 IPO 전 스페이스X의 공모가를 높게 봤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의 미래 가능성은 크지만, 그 가능성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는 여러 불확실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 “로켓 회사”를 넘어선 평가
스페이스X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이제 월가의 핵심 논쟁이 됐다. 전통적인 시각으로 보면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와 위성 인터넷 기업이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회사를 우주 기반 AI 인프라 기업으로 본다.
이 차이는 기업가치 평가를 완전히 바꾼다. 로켓 발사 시장만 놓고 보면 매출 규모와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다. 위성 인터넷은 더 큰 시장이지만 경쟁과 규제, 위성 교체 비용이 변수다. 반면 AI 인프라와 궤도 데이터센터까지 포함하면 잠재 시장은 훨씬 커진다.
모틀리풀의 분석은 스페이스X 주가가 조정받은 지금에도 장기 성장론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보는 쪽에 가깝다. AI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커질 수 있고, 그 AI를 가동할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한다면, 스페이스X가 그 일부를 우주로 옮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라는 논리다.
이는 매우 공격적인 가정이지만 스페이스X가 가진 발사 역량과 스타링크 네트워크,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실행력은 이 가정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관측이 나온다.
◇ 조정 뒤 다시 시험대 오른 성장 서사
스페이스X 주가 조정은 과열을 식히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사의 장기 성장 서사가 다시 검증받는 국면이기도 하다. IPO 직후에는 머스크와 스타링크, AI 기대만으로 주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제 시장은 숫자와 실행을 요구한다.
스타링크 매출 성장, AI 인프라 계약, 궤도 데이터센터 개발 일정, 로켓 발사 비용 절감, 위성망 운영 수익성이 모두 주가의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주가가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일부 낙관론자들은 장기 접근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현재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면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장기 구상을 실제 사업 계획과 매출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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