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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재정 꼼수도 소용없다"… 일본, 엔화·국채 '동반 폭락' 속 통화 위기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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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재정 꼼수도 소용없다"… 일본, 엔화·국채 '동반 폭락' 속 통화 위기 경보

외환시장의 단기 개입 기대로 축적된 투기적 포지션 청산에 따른 엔화 및 국채 가치 하방 압력 지속
GPIF 포트폴리오 조정 및 NISA 국채 편입 등 당국의 대증요법에 대한 실효성 의문 제기
확장적 재정 정책과 일본은행의 미온적 금리 인상 속 기대인플레이션 폭증에 따른 통화 위기 가능성 경고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가 보인다.     사진=신화/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가 보인다. 사진=신화/뉴시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과 대증요법식 정책 수단만으로는 지속적인 엔화 약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는 비관적 경고가 제기됐다.

22일 외환시장 전문가 사사키 토오루의 기고 분석에 따르면, 최근 7월 들어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주요 통화 대비 엔화 환율(크로스 엔)이 일제히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위안·엔 환율은 1992년 이후 34년 만에 24엔대를 돌파했고, 파운드·엔 환율은 2008년 이후 18년 만에 219엔대 중반까지 올라섰으며, 호주 달러·엔 환율 역시 114엔대로 치솟았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밑돌며 달러 매도세가 출회되었을 때도 크로스 엔 상승으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6월 하순 엔·달러 환율이 161엔대 후반까지 접근하자 외환당국의 개입 기대감으로 투기적 엔화 매수 포지션이 쌓였으나, 정작 실개입이 이뤄지지 않자 해당 포지션의 청산 매물(엔화 매도)이 단기 달러 약세 국면마다 쏟아져 나오며 엔화 가치를 함께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 세력 탓하는 당국의 대증요법 한계


사사키 전문가는 일본 당국이 경제 펀더멘털을 외면한 채 엔화 약세의 원인을 '투기 세력' 탓으로만 돌리는 관성을 매섭게 꼬집었다. 투기 세력은 일정 기간 포지션을 보유한 뒤 반드시 반대 매매로 청산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추세를 결정짓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기초 체력의 약세를 무시한 채 구두 개입이나 실개입이라는 대증요법만 반복할 경우, 수입 기업과 대외 직접투자를 고심하는 기업, 보유 자산의 실질 가치 하락을 피하려는 가계 등 실수요자들의 불안감만 키우게 된다. 결국 실질적인 엔화 매도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투기 세력마저 개입에 대한 기대를 접는 순간, 엔화 약세는 한층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국채 매입 카드와 확장 재정의 구조적 모순


정부 당국자들의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포트폴리오 변경 발언이나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내 일본 국채 추가 논의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과 우에노 겐이치로 후생노동상의 GPIF 운용 검토 발언,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의 NISA 국채 편입 발언으로 장기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욱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식료품 소비세 인하 법안을 추진하는 등 재정 확장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연금 기금의 국내 채권 비율을 강제로 늘리는 것만으로는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불가능하다. 과거 아베노믹스 시절에는 완화적 금융과 확장 재정에 발맞춘 GPIF의 외채·주식 비중 확대가 효과를 냈으나, 현재는 일본은행(BOJ)의 뒤처진 금리 인상(비하인드 더 커브)과 확장 재정이 맞물려 있어 구조적으로 금리 상방 압력이 우위인 환경이다.

기대인플레이션 폭증과 통화 위기 리스크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원유 수입 차질, 동아시아 공급용 액화천연가스(LNG) 스팟 가격 및 곡물 가격 급등 등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도 일본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일본은행의 6월 '생활의식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 뒤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답한 개인 비율이 90.4%로 2006년 조사 개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예상 물가 상승률 평균치 역시 플러스(+) 13.1%로 치솟았다.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소비세 감세까지 더해지면 물가 상승 심리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사사키 전문가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지연되어 실질 마이너스 금리가 확대되면 예금 자산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고 은행의 국채 매수 여력이 약화되어 장기 금리가 재차 급등할 것"이라며 "구조적 개혁 없이 대증요법만을 고집할 경우 사태는 통화 위기 양상으로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