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11월 투표소까지 이어지는 비용의 협상
이미지 확대보기전쟁의 가격은 전장에서 먼저 발표되지 않는다. 주유소 가격판에서 먼저 보일 때가 많다.
2026년 7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되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었다. 미국 국방부가 밝힌 전비는 375억 달러에 도달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다섯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미국 가정은 이 숫자를 국방부의 예산표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다. 휘발유 가격, 전기요금, 항공료, 식료품과 대출금리에서 조금씩 나누어 받는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전쟁으로 발생한 수익은 기업별로 정확하게 집계된다. 어느 회사가 몇 억 달러의 계약을 받았는지, 수주잔고가 얼마나 늘었는지 분명하다. 반면 국민이 부담하는 전쟁비용은 한 장의 청구서로 오지 않는다. 수억 명에게 얇게 흩어진다. 그래서 기업은 수십억 달러의 계약을 위해 강하게 조직되지만, 시민은 자신이 부담한 휘발유 몇십 센트와 식료품 몇 달러가 어느 전쟁 결정에서 시작됐는지 연결하기 어렵다.
앞선 분석에서 필자는 이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기업에는 계약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투자자에게는 주가·배당·성과보수, 정치권에는 후원금과 지역구 일자리가 제공된다. 반면 국민에게는 국가부채, 이자비용, 세금, 물가상승, 고금리와 공공서비스 축소가 남는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이익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다.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해협이 불안해지면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다. 해상보험료와 운임이 상승한다. 정유·발전·운송비가 올라가고, 그 비용은 식품과 생활용품, 비료와 제조업 원가로 전해진다. 물가가 올라가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 결과 주택대출과 자동차대출, 신용대출의 이자가 오른다. 방산주와 에너지주를 많이 보유한 사람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금융자산보다 월급에 의존하는 가계는 비용을 먼저 부담한다.
군사비 자체도 같은 방식으로 전달된다. 정치인은 전쟁비용을 '전쟁세'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한꺼번에 청구하지 않는다. 국채로 조달한다. 현재의 전쟁은 미래 납세자에게 넘어간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원금과 이자는 남는다. 국채 이자가 늘면 교육과 주거, 복지와 인프라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줄어든다. 총알은 오늘 발사되지만 계산서는 다음 세대에 도착한다.
자, 이제 판을 한 번 뒤집어 보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군사적으로 가장 치열한 순간만이 아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의원 435석 전부와 상원 의원 35석이 선거 대상이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잃으면 백악관은 전쟁 예산과 방산 투자, 대통령의 전쟁 권한에 대해 훨씬 강한 견제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이란 전쟁은 군사작전이면서 동시에 선거 전략이 된다. 미 하원은 950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를 승인했다. 국방비와 정보활동비,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본 농업지원, 트럼프가 추진하는 선거 제도 관련 재원이 한 법안에 묶였다. 전쟁 예산, 농촌 유권자의 불만을 달래는 보조금, 선거 정책이 한 장의 정치적 거래서 안에 들어간 셈이다.
전쟁이 연료와 비료 가격을 올린다. 정부는 농민에게 지원금을 준다. 국방부는 소모된 무기와 생산 시설을 다시 구매한다. 같은 법안에서 선거 제도까지 손본다. 방산 기업에는 계약이 돌아가고, 농민에게는 보조금이 돌아간다. 비용은 다시 국가 부채로 남는다. 이것은 우연히 함께 놓인 숫자들이 아니다. 전쟁과 선거, 산업과 재정이 하나의 협상 패키지로 묶이는 장면이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완전한 평화가 아니다. 선거 전에 '승리로 보이는 결과'가 필요하다. 이란 핵시설의 실질적 불능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이란의 미사일 공격 중단, 새로운 국제사찰 합의 가운데 하나만 확보해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
이란 역시 이 점을 안다. 이란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격파할 필요는 없다. 유가를 높게 유지하고 미군 사상자와 탄약 소모를 늘려 미국 유권자가 먼저 지치게 만들면 된다. 이란이 보는 미국의 약점은 항공모함이 아니다. 선거 달력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을 통해 '11월까지 버티면 미국이 물러날 것'이라는 이란의 기대를 깨려 한다. 협상 용어로 말하면 이란의 BATNA를 없애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중간선거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상가가 "나는 데드라인에 쫓기지 않는다"고 말할 때, 실제로 데드라인이 없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대가 그 데드라인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선거가 전쟁의 브레이크인 동시에 가속 페달이라는 점이다. 유가와 사상자는 전쟁을 끝내라는 압력을 만든다. 그러나 선거 직전에 성과 없이 철수하면 패배한 대통령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미 시작된 전쟁은 선거가 가까울수록 더 강한 공격을 부를 수도 있다. 단기간에 상대를 굴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협상의 함정이 생긴다. 상대의 BATNA를 완전히 제거하면 상대가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권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대는 합의 대신 최악의 대안, 즉 WATNA를 선택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지역 전체를 흔들어 “우리만 죽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나올 수 있다.
트럼프에게 전쟁의 목표는 평화가 아니라 승리 선언일 수 있다. 이란에게 전쟁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생존일 수 있다. 두 목표는 닮아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한쪽은 선거 전에 끝내려 하고, 다른 한쪽은 선거까지 버티려 한다. 결국 11월 3일은 미국 유권자의 선거일인 동시에 미국과 이란 협상의 숨은 데드라인이다.
전쟁의 계산서는 주유소와 세금 고지서에 도착한다. 그러나 전쟁을 끝낼지 계속할 지를 결정하는 계산은 백악관의 선거판에서 먼저 이뤄진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