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수출품에 천연우라늄 2000톤 이상 추정
노동자 건강·밀수 우려에 국경 방사선 탐지기 추진
노동자 건강·밀수 우려에 국경 방사선 탐지기 추진
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코발트 생산이 확대됐지만 광석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감시하고 제거하는 체계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영리 탐사보도기관 라이트하우스리포츠와 공동 조사한 결과 콩고민주공화국의 주요 코발트 광산에서 방사성 물질이 반복적으로 검출됐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방사성 물질은 광산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수출 화물이 거부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라늄을 함유한 코발트 광석이 국제 감시망을 벗어난 공급망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24년간 천연우라늄 2000톤 이상 수출 추정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콩고민주공화국이 수출한 수산화코발트에는 천연우라늄 2000톤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분리해 고농축할 경우 이론적으로 핵무기 600기를 만들거나 1GW급 원자로를 10년간 가동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코발트 광석에 섞인 천연우라늄을 그대로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기용으로 사용하려면 우라늄을 광석에서 분리한 뒤 고도의 농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와 구리 광산이 밀집한 남부 ‘코퍼벨트’에는 우라늄이 자연적으로 함께 매장돼 있다. 이 지역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제조에 사용된 우라늄을 공급한 광산도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코발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우라늄 혼입 문제가 새로운 공급망 위험으로 부상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원자력당국이 지난 12개월 동안 수산화코발트를 정기 검사한 결과 평균 방사선량률은 일반인의 방사선 노출 허용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원자력당국 관계자는 “구리, 코발트, 우라늄이 광산지대 전반에 서로 다른 농도로 섞여 있다”며 이를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했다.
광산 노동자가 장기간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라돈가스를 흡입하면 암과 다른 질병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지난 2020년 코퍼벨트 중심도시 루붐바시에서 외형상 선천성 기형이 확인된 신생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아버지가 광산에서 일한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5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텐케 광산 검사일 70%서 기준 초과
중국 광산기업 CMOC가 소유한 텐케 풍구루메 광산에서는 과거 코발트 광석의 우라늄 함량이 법적 기준을 반복적으로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텐케 풍구루메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코발트 광산 가운데 하나이며 콩고민주공화국의 주요 코발트 수출시설이다.
FT가 입수한 2015~2021년 기업 자료에 따르면 이 광산의 우라늄 문제는 미국 프리포트맥모란이 운영할 당시부터 나타났다. CMOC가 2016년 11월 프리포트맥모란의 지분을 인수한 뒤에도 문제가 이어졌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정한 수산화코발트의 우라늄 함량 한도는 75ppm이다. 국제 해상운송 기준에 해당하는 한도는 약 81ppm이다.
2016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검사 기록이 남아 있는 날 가운데 70% 이상에서 텐케 광산이 생산한 건조 광석의 우라늄 농도가 콩고민주공화국 기준을 웃돌았다.
2016년 12월에는 우라늄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15배까지 상승했다. 다만 해당 농도의 화물이 실제로 해외에 수출됐는지는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광산 운영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은 텐케 광산에 광석에서 우라늄만 제거하는 별도의 공정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CMOC는 과거 검사자료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현재 적용되는 기준을 넘은 사례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텐케 광산의 모든 수산화코발트가 콩고민주공화국 규정과 해외 고객의 우라늄 함량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우라늄 농도가 관련 기준보다 낮기 때문에 현지나 중국에서 별도의 제거 공정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 글렌코어는 수출 중단하고 제거공정 도입
다른 주요 광산업체들도 코발트 광석의 우라늄 문제를 겪었다.
서방 최대 코발트 생산업체인 글렌코어는 2018년 11월 콩고민주공화국 남부의 카모토 구리회사 광산에서 생산한 광석에서 우라늄 문제가 발견되자 수산화코발트 수출을 5개월간 중단했다.
글렌코어는 이후 인산을 사용해 광석에서 우라늄을 제거하도록 처리시설을 재설계했다.
유라시안리소시스그룹이 소유한 메탈콜 광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는 새로운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인산을 이용해 우라늄을 분리했다.
메탈콜 측은 우라늄 제거 능력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글렌코어와 메탈콜을 제외하면 우라늄 제거 공정을 필수시설로 도입한 광산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방사선 관리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 3월 글렌코어의 카모토 구리회사가 소유한 과거 폐기물 처리장 T17에 불법 광부들이 들어가면서 방사선 통제시설이 훼손됐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이에 따라 안전경보를 발령했다.
글렌코어는 불법 광부들이 장기간 시설을 점거해 필수적인 방사선 감시와 통제를 수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유라시안리소시스그룹 아프리카 법인은 메탈콜 광산이 관련 규정과 환경·사회영향평가 의무를 모두 준수하고 있다는 인증을 현지 원자력안전기관에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 허용치 이하여도 매년 40톤 해외 유출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역사적 민감성 등을 이유로 우라늄 생산이 금지돼 있다. 정부도 불법 우라늄 채굴을 단속해 왔다.
이론적으로는 국경을 넘어가는 모든 화물차를 사람이 직접 검사해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현지 당국자들은 모든 화물을 빠짐없이 적발할 수 있는 체계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우라늄 농도가 법적 한도를 넘는 코발트 화물은 방사선 수준이 매우 높으면 매립되고 그보다 낮으면 생산업체로 돌려보내 재처리하도록 한다.
화물이 매립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생산업체에 반송되는 일은 때때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수출품의 우라늄 함량이 법적 기준을 밑돌더라도 전체 코발트 수출량이 워낙 많아 매년 약 40톤의 우라늄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진은 우라늄 제거공정의 도입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모든 생산업체가 지속해서 기준을 준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각국의 우라늄 생산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핵연료가 아닌 산업용 광물로 수출되는 저농도 우라늄 함유 광석은 의무 신고 대상이 아니다.
IAEA 관계자는 콩고민주공화국이 우라늄 함유 수산화코발트 수출과 관련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코발트는 일반적으로 우라늄이 아닌 배터리 원료를 얻기 위해 수출되며 광석에 섞인 우라늄 대부분은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남는다는 설명이다.
◇ 중국서 우라늄 회수 가능성…증거는 없어
FT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 코발트의 대부분은 세계 최대 코발트 가공국인 중국으로 향한다.
이에 따라 코발트 광석에 섞여 중국으로 들어간 우라늄이 정제 과정에서 별도로 회수되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코발트 정제 과정에서 우라늄을 회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은 핀란드 사례에서 확인됐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가장 큰 코발트 정제시설인 핀란드 코콜라 공장은 콩고민주공화국산 수산화코발트를 공급받고 있다. 이 시설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보관할 수 있는 허가를 보유했으며 최근 코발트에서 우라늄을 실제로 추출한 것으로 확인된 유일한 시설이다.
시설 운영사 유미코어는 우라늄을 별도의 제품이나 수익원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발트 원료에 섞인 불순물을 처리하는 과정일 뿐이며 우라늄 제거는 사업이 아니라 비용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핵확산 방지 전문가는 중국도 코발트 정제 과정에서 우라늄을 분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원자력발전소를 확대하면서 우라늄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콩고 당국자도 중국 업체들이 유입된 광석의 모든 성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중국에서 실제로 우라늄을 회수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중국은 핵보유국이지만 국제시장에서 우라늄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주요 우라늄 생산국은 일반적으로 판매한 우라늄을 민간 원자력발전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 잠비아 국경에 자동 탐지기 설치 추진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코퍼벨트에서 잠비아로 이어지는 국도 1호선에 화물차용 자동 방사선 탐지기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을 요청했다.
사업비는 1200만~1500만달러(약 174억~218억원)로 추산됐다.
광산지대에서 출발한 코발트 화물차가 국경을 넘기 전에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자동으로 검사해 불법 우라늄 유출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광대한 국토 전체에 같은 감시체계를 설치하려면 국경 사업비의 약 20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콩고민주공화국 당국은 미국 정부와 자금 지원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핵안보국은 세계 각국과 핵물질 밀수를 막기 위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탐지기 설치에 자금을 지원할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