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코스피가 무려 17.19%나 폭등하며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광판을 가득 채운 초록빛 축포와 함께 증권가는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고, 금융 자산시장을 떠났던 개미들까지 빚을 내어 다시 뛰어드는 이른바 '포모(FOMO) 증후군'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바닥을 완전히 탈출했다", "이제 대세 상승장의 서막이 열렸다"라는 장밋빛 전망이 언론과 유튜브 채널을 도배하고 있다.
환호의 열기가 뜨거울수록, 시장의 이면을 직시하는 냉철한 지성인들의 마음속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과연 이 눈부신 17.19%의 급등은 진정한 추세 전환의 신호탄인가, 아니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던 증시가 마지막으로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허상인가. 금융시장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진실은 엄중하다. 그것은 추세의 대전환이 아니라,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던 주가가 잠시 숨을 고르거나 낙하 속도에 밀려 반사적으로 튀어 오르는 현상, 이른바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인 경우가 허다하다.
"너무 높이서 떨어뜨리면 죽은 고양이도 펄쩍 뛴다(Even a dead cat will bounce if it falls from a great height)." 증시 격언으로 통용되는 이 섬뜩한 표현은, 주가가 아무리 처참하게 망가졌어도 엄청난 높이에서 낙하했다면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반동으로 잠시 위를 향해 튀어 오를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 환상을 실체적 진실로 오인하여 섣부르게 뛰어들었다가는, 고양이가 착지한 뒤의 더 깊은 지옥, 즉 '2차 폭락'이라는 거대한 롤러코스터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역대 글로벌 금융위기와 거대 버블 붕괴의 역사 속에서 데드캣 바운스는 늘 순진한 투자자들의 영혼을 수탈해 간 가장 치명적이고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이는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도 거대한 데드캣 바운스였다. 이 가짜 반등을 믿고 빚을 내어 주식을 사들인 이들은 이후 다우지수가 1932년까지 고점 대비 무려 89% 폭락하는 지옥을 맛봐야 했다. 반등은 짧았고, 고통은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역사는 이때부터 시장의 거대한 하락 추세 속에서 나타나는 반등을 경계하는 지혜를 품기 시작했다.
2000년 3월,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며 전 세계를 광기로 몰아넣었던 닷컴 버블이 마침내 터져 나갔다. 나스닥 지수는 최고점인 5048선을 찍은 뒤 끝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당시 인터넷이라는 신문물에 대한 맹신이 가득했던 대중은 IT 기업들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을 때 이를 '역사적 세일 기간'으로 착각했다. 지수가 수백 포인트씩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데드캣 바운스가 연출되었다. "닷컴 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조만간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애널리스트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폭락장 속에서도 중간중간 20~30%씩 치솟는 반등 장세가 펼쳐질 때마다 개미들은 열광하며 자금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나스닥은 무려 78% 이상 폭락한 뒤에야 바닥을 다질 수 있었고,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증발했다. 데드캣 바운스 구간에서 물타기를 거듭하던 투자자들의 계좌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었다. 추세가 꺾인 시장에서의 무모한 저가 매수가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현대적 교과서였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베어마켓 랠리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 자본시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전례 없는 유동성 경색과 실물경제의 침몰 속에서 증시는 가파르게 무너졌다.
이 거대한 하락장 속에서도 증시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흔들기 위해 수차례의 강력한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 즉 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이 나타났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놓는 긴급 구제금융 소식이나 금리 인하 카드가 나올 때마다 증시는 하룻동안 수 퍼센트씩 급등하며 마치 위기가 끝난 것처럼 위장했다.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봄 바닥을 치기 전까지, 시장은 몇 차례의 현란한 데드캣 바운스를 통해 투자자들의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마비시켰다. "바닥을 잡았다"고 확신한 이들이 매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장은 어김없이 그 직전의 저점을 깨고 내려가는 잔인한 패턴을 반복했다. 진정한 바닥은 모든 사람이 절망하여 시장을 등지고 떠난 뒤, 아무도 주식을 쳐다보지 않을 때 비로소 찾아왔다.
둘째, '숏 커버링(Short Covering)'과 기술적 매수세의 유입이다. 하락장에 베팅했던 공매도 세력(Short)들은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락하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되사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매수 유입이 발생하며 주가가 위로 튕겨 올라간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기반한 알고리즘 매매가 특정 기술적 지표(이동평균선 등)를 인식하고 기계적으로 매수세를 집행하면서, 실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지수가 급등하는 착시를 일으킨다. 셋째, 희망고문을 유도하는 미디어와 시장 참여자들의 확증 편향이다. 대중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이 오르기를 갈망한다. 따라서 하락장 속에서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낙관적인 뉴스를 찾아내어 믿으려 한다. 언론 역시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바닥론"이나 "저가 매수 기회"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아내고, 이는 순진한 투자자들을 다시 한번 절벽으로 밀어 넣는 방화쇠가 된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그렇다면 우리는 눈앞의 반등이 진짜 상승의 신호탄인지, 아니면 죽은 고양이가 튀어 오르는 허상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역사의 교훈은 몇 가지 냉철한 기준을 제시한다.
거래량을 동반하지 않는 반등은 의심하라. 진정한 추세 전환은 시장에 막대한 유입 자금과 함께 터져 나오는 '대규모 거래량'을 동반한다. 거래량이 깡마른 상태에서 주가만 슬쩍슬쩍 오르는 것은 전형적인 데드캣 바운스의 시그널이다. 거시경제(Macro)와 펀더멘털의 변화를 보라: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금리 인하 등 유동성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의 반등은 차트 조작이나 수급의 장난에 불과하다. 실물경기가 시궁창인데 주가만 홀로 춤추는 일은 지속될 수 없다. 저항선 돌파 여부를 확인하라: 하락 추세 속의 반등은 기존의 강력한 저항선 부근에서 좌절되기 쉽다. 저항선을 시원하게 뚫고 안착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든 반등을 '하락장 속의 일시적 소란'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명하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네 글자는 바로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이다. 폭락장 끝에 찾아오는 달콤한 반등 앞에서 사람들은 늘 이번만큼은 과거와 달리 곧바로 V자 반등을 이룰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더라도 그 운율은 닮아있다고 했던가. 데드캣 바운스는 언제나 탐욕과 무지의 틈을 파고들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계좌를 도려내었다. 바닥에서 주식을 사겠다는 욕심보다, 적어도 고양이가 완전히 죽어 땅에 묻히고 새로운 생명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훨씬 더 값지다.
시장은 언제나 기회를 준다. 그 기회가 지금 당장의 화려한 반등 속에 숨어있지 않을지라도, 자본을 지켜낸 자에게 시장은 언제나 진정한 복원의 날을 허락해 왔다. 이번 폭등이 반도체 2차 랠리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죽어가는 고양이의 발작 소동일지 진짜 슈퍼 싸이클의 시작일지 그 모든 것은 반도체 실적과 전망 그리고 밸류에이션에 달려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