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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감원 칼바람…관리자 수백명 구직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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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감원 칼바람…관리자 수백명 구직시장으로

폭스바겐, 헤드헌터에 400∼500명 재취업 지원 요청…BMW·포르쉐도 생산직보다 사무·관리직 집중 감축
폭스바겐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로고. 사진=로이터
독일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생산직을 넘어 관리자와 사무직으로 확산하고 있다.

폭스바겐에서만 수백명의 관리자가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회사가 외부 헤드헌터에게 이들의 새 일자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독일 구직시장에는 이들을 받아들일 만한 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동차업체와의 경쟁이 거세지고 독일 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지자 조직 확대기에 늘어난 관리직과 지원부문이 우선적인 감축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폭스바겐, 포르쉐, BMW 등 독일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관리·사무직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관리자급 인력이 구직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폭스바겐 관리자 400∼500명 새 일자리 요청


폭스바겐은 독일 내 관리직 수백개를 없애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FT가 접촉한 한 외부 헤드헌터는 폭스바겐으로부터 회사를 떠나는 관리자 400∼500명의 새 직장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헤드헌터는 폭스바겐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직자 수백명을 한꺼번에 배치할 만큼 채용 중인 임원·관리자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감원 대상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외부 전문업체에 일자리 알선을 맡기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동차업계 전반이 동시에 관리직을 줄이고 있어 다른 회사로 옮길 기회도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퇴사자의 상당수는 비교적 후한 퇴직 보상을 받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독일 임원 전문 헤드헌팅업체 IFP의 자동차 담당 파트너는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업체가 관리자들을 빠른 속도로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장 밖에서 추가로 5만명 줄인다


폭스바겐은 이미 독일 공장 인력을 줄이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간접부문에서 5만명을 추가 감축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간접부문은 자동차를 생산라인에서 직접 조립하는 업무가 아니라 행정과 제품개발, 판매, 기획 등 생산을 지원하는 업무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이번 구조조정은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뿐 아니라 본사와 연구·개발 조직, 판매부문에서 근무하는 사무직까지 대규모로 줄이겠다는 의미다.

폭스바겐이 앞서 마련한 2030년까지 독일 일자리 5만개 감축 계획에는 폭스바겐 브랜드와 아우디,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의 생산직과 사무직이 모두 포함됐다.

그러나 회사 내부 분석 결과 기존 감축안만으로는 비용 경쟁력을 회복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의 행정비용은 다른 자동차업체보다 3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높은 행정비용이 그룹 전반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조직구조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브랜드와 자회사에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과 관리직이 중복돼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비용도 커졌다는 의미다.

◇ 10만명 줄여도 토요타보다 직원 많아


폭스바겐의 전체 감원 규모가 최대 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10만명 감축이 실제로 모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FT는 분석했다.

폭스바겐이 10만명을 줄이더라도 그룹 전체 직원은 약 58만명에 달한다.

이는 토요타의 약 39만명보다 19만명 많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약 33만5000명보다 24만5000명 많은 규모다.

이 같은 인력 규모 차이는 폭스바겐이 경쟁업체보다 복잡하고 방대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회사 측 판단을 뒷받침한다.

폭스바겐은 단순히 생산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조직 단계와 관리직 수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있다.

◇ 포르쉐, 관리·지원직 5000명 추가 감축


폭스바겐그룹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도 관리·지원부문을 중심으로 5000명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이번 감축은 포르쉐가 기존에 마련한 3900명 규모의 인력 축소 계획과 별개다.

기존 계획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임시직 약 2000명도 포함돼 있다. 반면 새로 발표한 5000명 감축은 생산직보다 사무직과 관리직에 집중된다.

미하엘 라이터스 포르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회사의 간접부문 인력과 관리직 자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늘어났다며 이들 영역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포르쉐는 일부 부서를 없애고 기능이 겹치는 사업부문을 합치고 있다.

경영이사회 자리도 기존 8석에서 7석으로 줄였다.

포르쉐의 구조조정은 하위직 직원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단계까지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BMW도 생산직 제외하고 8000명 감축


BMW는 개발과 상품기획 등 사무직 직원 수천명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BMW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 말까지 약 8000명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생산직은 이번 감축 대상에서 제외된다.

밀란 네델코비치 BMW CEO는 경영단계를 재편하고 기능이 겹치는 조직을 통합하겠다는 방침도 직원들에게 밝혔다.

포르쉐와 BMW가 생산직보다 사무·관리직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것은 독일 자동차업체의 문제를 단순한 공장 생산비용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제품개발과 판매, 행정조직에 쌓인 관리단계를 줄여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고정비를 낮추려는 것이다.

◇ 관리자 감원은 재취업도 더 어려워


관리직은 생산직보다 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원 자체가 적다.

공장 근로자 수백명이 퇴사하면 다른 공장이나 유사한 생산시설로 옮길 가능성이 있지만 임원과 부서장급 자리는 회사마다 제한돼 있다.

특히 폭스바겐과 BMW,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가 동시에 조직을 줄이면 자동차업계 안에서 관리자가 이동할 수 있는 자리도 함께 줄어든다.

폭스바겐이 헤드헌터에게 400∼500명의 재취업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은 관리직 구직자가 시장의 채용 수요보다 많아졌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독일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은 공장 폐쇄와 생산직 감원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조직 확대의 수혜를 누렸던 관리자층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셈이다.

FT는 중국 자동차업체의 경쟁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조직구조 전반을 축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