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 50억달러 투자…상선 넘어 함정시장 공략
설계·자동화·스마트야드 수출…美 조선 현대화 공략
설계·자동화·스마트야드 수출…美 조선 현대화 공략
이미지 확대보기한화와 HD현대가 미국 조선업 재건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미국이 조선 역량 회복을 서두르는 가운데 한화가 현지 생산기반을 직접 넓히는 데 힘을 싣는 사이 HD현대는 한국에서 축적한 설계·생산·자동화 기술을 미국 조선소에 접목하며 영향력을 키우면서 K조선의 역할도 선박 공급을 넘어 현지 산업을 함께 일으키는 파트너로 확대되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2024년 약 1억달러에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도크 2기와 안벽 3기를 추가하고 블록 조립시설 확충을 검토해 연간 건조능력을 2척 미만에서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거제조선소에서 검증한 스마트야드와 자동용접 기술도 필라델피아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화필리조선소와 TOTE서비스가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미사일 사거리 계측함(MRIV) 사업에 선정됐다. TOTE서비스가 선박건조관리자를 맡고 한화필리조선소가 실제 건조를 담당한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사청의 국가안보다목적선(NSMV) 5척 건조 프로그램에서도 현재까지 3척을 인도하며 미국 정부 발주선 수행 경험을 쌓았다. 상선 중심의 현지 거점이 미 정부 특수선과 함정시장까지 넘보는 기반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한화오션이 이미 미 해군 함정 MRO를 수행한 경험도 현지 방산시장 접근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센터 출범을 계기로 함정 개발과 인력양성, 공급망 구축 관련 협력도 추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같은 달 미국 프레이저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생산시설과 공정을 진단한 뒤 작업장 재배치와 자동화·디지털 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연내 유상 컨설팅 계약을 맺는 것이 목표다. 현지 조선소를 직접 보유하는 방식보다 한국에서 검증한 생산방식과 운영 노하우를 현장에 이식하는 데 우선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추진하는 중형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에서도 설계와 기자재 조달, 생산기술을 지원한다.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와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설계·건조를 추진하면서 조선시설 공동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뉴포트뉴스와 잉걸스 등 HII 산하 조선소에 블록과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방안도 협력 범위에 함께 포함됐다.
HD현대는 지멘스의 산업 소프트웨어·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는 1억달러 이상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고 차세대 디지털 조선소 모델 구축에도 나섰다. 설계부터 생산·물류·검사까지 데이터를 연결하고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소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만드는 구상이다. 선박을 만들어 파는 데서 나아가 '배를 만드는 방식'까지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문을 연 한미 조선협력센터에서는 공급망과 인력양성, 공동 기술개발 등 4개 분야에서 15건의 MOU가 체결됐다. 미국은 노후 설비와 숙련인력 부족으로 생산능력 확충과 생산성 개선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확장이 필요한 시점인데 미국 군함시장에 접근할 기회가 생겼다"며 "미국이 함정과 군함에 관심을 표명했으니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기회를 노리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