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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반갑다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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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반갑다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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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가을아! / 백승훈 시인
며칠 새 몸에 와 감기는 바람결이 달라졌다. 어느 시인은 ‘물소리 깊어지면 가을’이라고 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가을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은 바람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만 해도 비지땀을 흘리게 하던 태양의 열기는 사라지고 새벽 산책길에 맨살에 와닿는 바람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다. 하늘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만 가고, 물소리는 깊어질 대로 깊어져 유유히 흘러간다. 산책길에 골목 어귀에 떨어진 푸른 감에도 노을빛이 묻어나고, 산딸나무 열매도 하루가 다르게 분홍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래서 또 다른 누군가는 ‘가을은 색(色)으로 다가온다’라고 했나 보다.

요즘은 하늘이 너무 예뻐서 시간이 날 적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쪽빛 하늘 위로 뭉게뭉게 피어난 솜구름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내가 가을 향연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일기도 한다. 나무 그늘진 벤치에 앉아서 한시도 같은 모양이길 거부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형상을 바꾸어가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가을 향연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 같아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내 윤기가 흐르던 나뭇잎들이 꺼칠해지고 그 잎새 사이로 열매들이 조금씩 붉어지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나의 빈 바구니가 부끄러운 생각도 아니 드는 건 아니지만 이 좋은 풍경 속에 초대받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여름의 끝자락, 요란스럽게 숲을 흔들던 매미 소리도 잦아들고 세상은 적막에 잠긴 듯 고요하다. 매미 울음이 생의 절규라면 매미 소리 사라진 가을 숲의 고요는 저마다의 삶을 성찰하라는 자연의 속삭임이 아닐까 싶다. 나는 농촌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내 나이만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이제 가을의 숲이 침묵을 끝내면 곧 붉거나, 노랗거나 혹은 그 어간의 적당한 색으로 숲을 물들이며 본격적인 가을 잔치를 시작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채화처럼 담담하고 차분하게 가을을 이야기하는 구절초나 쑥부쟁이, 개미취 같은 꽃들이 비어져 가는 가을 들녘을 향기로 채울 것이다.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나 가녀린 몸을 바람에 맡긴 채 하늘거리며 우리를 부르는 가을꽃들의 향연이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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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가을아! / 백승훈 시인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몇 번이나 더 이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까 헤아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언젠가는 끝날 생이기에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면 그동안 허투루 보낸 시간이 아쉬워져 앞으로는 내게 오는 계절들을 더욱 감사하고 사랑하면서 순간순간을 좀 더 치열하게, 더 살뜰히 보내야겠단 다짐을 하게 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란 말에 핑계를 대고 가을맞이 드라이브 삼아 한탄강 출렁다리와 비둘기낭폭포를 다녀왔다. 1년에 한두 번은 찾아가는 비둘기낭폭포는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함께 지질·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폭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연유산이다.

지난봄에 왔을 땐 폭포의 하얀 물줄기가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는데 요즘 비가 내리지 않은 탓인지 수량이 줄어 폭포의 물줄기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비둘기낭폭포가 거대한 낙차나 사계절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폭포가 아님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숲 아래 감춰진 현무암 협곡과 하식동굴, 깊은 소의 옥빛 물빛을 본 것으로도 충분했다. 우리가 상상하고 그리는 자연의 풍광은 지극히 단편적이고 부분적이다. 자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광활하고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만물의 영장이란 오만함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낮고 겸허한 자세로 자연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가슴으로 받아 적으며 오는 계절에 인사를 건네야 할 때다. 반갑다.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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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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