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기업도 머스크·저커버그처럼 크게 확장하지 않아”
포춘500 유럽 기업수 영국이 독일 첫 추월…혁신 순위도 10위
포춘500 유럽 기업수 영국이 독일 첫 추월…혁신 순위도 10위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출신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독일의 기업가들이 실패뿐 아니라 성공도 두려워해 유망 기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팔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인 틸은 독일 기업가들이 사업이 잘되더라도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극단적인 수준까지 회사를 확장하기보다 일찍 회사를 팔거나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포춘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틸은 팟캐스트 ‘MD MEETS’에 출연한 자리에서 독일의 기업가정신을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독일인이 실패를 두려워하고 위험을 회피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공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언가가 잘되고 있어도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극단적인 규모까지 키우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난 수십년간 독일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대형 기업이 매우 적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포춘500 유럽서 영국이 독일 첫 추월
포춘은 틸의 지적과 맞물려 독일 기업의 상대적인 위상이 약해지는 흐름을 소개했다.
올해 포춘500 유럽에 포함된 영국 기업은 76곳으로 독일의 73곳을 처음 넘어섰다. 포춘500 유럽이 만들어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이 독일보다 많은 기업을 명단에 올렸다.
독일은 혁신지표에서도 일부 유럽 국가에 뒤처졌다.
유럽연합(EU)의 2026년 혁신 스코어보드에서 독일은 10위를 기록해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보다 낮았다.
틸은 이런 현상이 단순히 창업기업 숫자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유망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 구조적인 약점이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틸은 196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지만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페이팔, 팔란티어를 공동창업했으며 페이스북의 초기 외부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젊은 독일 부자는 대부분 상속”
틸은 미국과 독일의 부유층 구성을 비교하면서 양국 기업가 문화의 차이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50명 가운데 X세대 이하가 약 12명이며 이들 대부분이 스스로 기업을 만들거나 투자해 부를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독일의 같은 연령대 부유층 약 20명은 모두 부를 상속받았다고 틸은 주장했다.
그는 이들 가운데 새로운 대형 기업을 만들어 부를 창출한 사람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창업가들은 기업 성장 과정에서 수천명의 백만장자를 만들고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틸 개인의 비교와 평가에 기반한 주장이다.
◇독일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도 부담
포춘은 독일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산업의 어려움도 기업 경쟁력 문제와 연결했다.
폭스바겐은 2017년 포춘 글로벌500에서 6위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13위로 내려갔다. 중국 자동차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세계 자동차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달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채택해 판매 모델 수를 약 절반으로 줄이고 인력 5만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년간 이미 합의한 약 5만명 감원에 추가되는 규모다.
폭스바겐 주가는 올해 들어 35% 넘게 하락했다.
포춘 글로벌500에서 각각 50위, 51위를 차지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주가도 지난 1년간 각각 20% 넘게 떨어졌다.
포춘은 이런 변화가 독일이 기존 제조업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음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틸은 독일이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을 세계적인 규모까지 성장시키려는 기업가 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